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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토마호크 연이틀 쏴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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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11일과 12일 이틀간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도 한·미 당국은 이를 사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소식통은 “한·미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가 나온 후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엔 사전 탐지도, 사후 탐지에도 실패했다”며 “군과 정보 당국이 당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았다.

북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주요 특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주요 특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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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공개한 7580초는 약 126분으로 두 시간 넘게 순항미사일이 비행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또 사거리 1500㎞는 서울은 물론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까지 공격할 수 있는 거리다. 북한이 공개한 대로라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 한국의 현무-3C와 유사한 무기체계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공조하에 북측의 의도와 제원 등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유감 표명도 없이 “북한과 대화 시급함 보여줘”

정 장관은 이어 “북한과의 대화, 관여, 외교가 시급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일”이라고 덧붙혔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도 우려나 유감 표명은 전혀 없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보도를 알고 있다”며 “상황을 계속 감시하고 있고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북한 국방과학원 시험장이 있는 평북 철산, 평북 태천, 함북 무수단 중 한 곳에서 발사했다는 추정 이외에 별다른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올들어 발사한 미사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올들어 발사한 미사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미 당국이 이처럼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원인과 관련해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감시체계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비해 느슨하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월 22일과 3월 21일 평북 구성과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2발씩 발사했으나 미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순항미사일의 고도가 워낙 낮아 레이더망에 포착 안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동굴 같은 곳에 TEL(이동식 발사대)을 숨겼다가 갑자기 나타나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뒤 숨으면 탐지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종말 단계에서 회피 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이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유사시 발사 전에 미사일을 타격하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핵·WMD 대응 체계(3축 체계)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할 경우 순항미사일에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 전술핵을 이 순항미사일에 탑재하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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