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분비나무 지구 온난화로 고사…“침엽수 떼죽음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1:12

업데이트 2021.09.1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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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두로령 등산로. 해발 1300m 지점을 지나자 회색빛을 띤 앙상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높은 산지에 무리 지어 자라는 소나무과 침엽수 ‘분비나무’다.

10m 정도에 이르는 키로 봐서 수령이 50년 남짓 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반백 년의 풍상을 버텨낸 나무는 1년 전쯤 허무하게 말라죽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폭염에 시달린 나무들이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모습이다. 오대산에서도 침엽수의 떼죽음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기후 스트레스로 붉게 변한 오대산 두로봉 분비나무. [사진 녹색연합]

지난 6월 기후 스트레스로 붉게 변한 오대산 두로봉 분비나무. [사진 녹색연합]

잿빛으로 말라 죽은 분비나무를 하늘에서 본 모습. [사진 녹색연합]

잿빛으로 말라 죽은 분비나무를 하늘에서 본 모습. [사진 녹색연합]

이날 취재팀은 녹색연합·국립공원연구원과 오대산 두로봉을 동행 취재했다. 두로령 정상에 있는 분비나무 군락지엔 수십 그루가 잿빛 모습으로 서 있거나 쓰러져 있었다. 살아있는 분비나무는 바늘 모양의 뾰족한 초록 잎이 무수히 붙어있고, 아이 팔뚝만 한 열매가 난다. 하지만 이곳의 풍경은 달랐다. 절반은 이파리가 모두 떨어져 있었다. 살아있는 나무들도 잎 개체 수가 적거나 그마저도 붉게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기후위기 탓이 크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에 쌓인 눈이 빨리 녹아 봄철 수분 공급이 줄고, 여름철 반복된 폭염에 노출되면서 나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국립공원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른바 ‘기후 스트레스’가 나무를 서서히 말려 죽이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연구원 김진원 연구원은 “(죽어가는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침엽수가 모두 고사할 때를 대비해 고지대에서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복원 증식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철 전문위원은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나무들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고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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