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순항미사일, 요격 피하며 목표 타격…일본까지 사정권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00:52

업데이트 2021.09.1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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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관영 매체들은 13일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3월 25일 이후 170일 만이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개한 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1월과 3월에도 각각 유사한 발사실험을 했지만, 당시엔 침묵했다.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이를 공개한 건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힌 순항미사일을 8개월 뒤 시험 발사했다는 점에서다. 또 북한 주장대로라면 이틀 연속 미사일을 쐈는데도 한·미 당국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스스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북한이 지난 7월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이어 일본 유엔사령부 후방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전술핵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된 메시지 전송인 셈이다. 발사 현장을 찾았던 박정천 비서(전 총참모장)는 “전쟁 억제력 목표 달성에서 계속되는 성과들을 쟁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북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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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해부터 가중되는 경제난으로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는 김 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본보기로 신형 미사일을 통해 대내 결집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이 지난 9일 자정 트랙터를 동원해 열병식을 한 지 이틀 만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건 일종의 위장술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군을 제외한 열병식을 통해 안심시킨 뒤 첨단 미사일 발사로 반전을 시도한 셈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국제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미사일을 금지했지만, 순항미사일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안심시키고 반격하는 빨치산식 전술을 구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미 당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순항미사일은 음속(시속 1220㎞ 안팎) 수 배의 속도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에 비해 느리고, 작은 탄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력이 떨어진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평균 시속 712㎞다. 그런데도 순항미사일은 일정한 비행 궤적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로 장시간 비행하고, 최종 단계에서 회피 기동과 탐색기(시커)를 활용해 요격을 피하면서 명중률을 높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는 건물의 창문을 뚫고 정확히 목표를 때릴 수 있을 정도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옆 날개와 꼬리날개의 위치, 꼬리날개의 개수(3개) 등에서 미국 토마호크와 아주 비슷하다”며 이로 인해 ‘인민 토마호크’라는 별명이 나온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한국은 물론, 일본 유엔사 후방 기지들도 공격 범위에 들어온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공개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의 도쿄 회동(13일)과 겹치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14일) 하루 전 이뤄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제재 위반이 아닌 순항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왕이 부장은 방한 시 원래 계획대로 대북 문제를 언급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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