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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심사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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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 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의 수장이 정부 기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13일 온라인으로 취임 4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유럽연합(EU)이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경쟁 당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고 나선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쟁 당국(공정위)은 기다리고 앉아서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보고 하자’는 식이라서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부실기업이 도태할 때 생기는 파장 등을 놓고 (공정위가)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경쟁 당국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다른 국가의 경쟁 당국도 설득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계획에 합의했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은 대한항공에 자금을 넣고 다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8개월가량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터키와 필리핀·태국 등은 한국보다 먼저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 회장은 “항공업 합병으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 산업 재편의 문제인 만큼 (공정위가) 전향적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읍소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대우조선 노조는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 앞에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말라는 취지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독자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기업결합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매우 어려운 산업 재편 문제를 국내에서 도와주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경쟁 당국의 승인에 악영향까지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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