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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70억 먹튀’…오피스텔 사는 사회 초년생 70여명 '날벼락'

중앙일보

입력

광화문 인근 오피스텔 밀집지역.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광화문 인근 오피스텔 밀집지역.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부산 서면 A오피스텔 집주인이 세입자 70여명을 상대로 전세금 70억원을 받은 뒤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사기당했다"며 "조만간 부산진경찰서에 집주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13일 B씨 등 세입자 7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2019년 11월 준공된 A오피스텔은 총 102세대 중 약 70세대가 입주했다. 세입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전세보증금으로 8000만원에서 1억 1000만원을 냈다.

피해자 70여명 “의도적으로 파산…명백한 사기”

지난달 28일 집주인이 파산 신청을 한 뒤 잠적하면서 오피스텔 전체가 경매에 넘어갔다. 이 건물 매매가는 약 12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근저당권만 88억 원에 달해 세입자 전세금 60억~70억 원을 합치면 매매가를 넘어선다. 이 때문에 뒷순위인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반환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1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취업준비생 B씨(30)는 전세금 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놓였다. 2년 전 이곳에 입주한 B씨는 “월세가 부담스러워 빚을 내 전세금을 마련했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취업도 하기 전에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계획적으로 사회 초년생을 노려 ‘전세 사기’행각을 하고, 전세계약 만료를 2~3개월 앞두고 의도적으로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세입자는 “계약 만료로 인한 전세금 반환 시점을 2~3개월 앞두고 집주인이 파산한 점, 대부분 집을 전세로 임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는 전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3517억 원에 달한다. 이는 HUG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253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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