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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젠 윤희숙이 ‘도덕성검증’기준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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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본인의 사직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21.9.1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본인의 사직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2021.9.1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희숙 사직안 13일 본의회 가결

'공인으로서 말에 책임' 사퇴 전례

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사직안이 19일만에 처리됐습니다. 국회 본회의는 13일 재적 223명에 188명 찬성, 23명 반대로 사직안을 가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론으로 ‘찬성’했고, 민주당은 당론 없이 투표했는데..결과를 보면 대부분 ‘찬성’입니다. 이로써 윤희숙의 사퇴는 ‘정치쇼’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

2. 전례 없던 일입니다. 이 정도 사안으로 직접 의원직을 던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윤희숙의 경우, 아버지가 농지를 산 것이 ‘농지법 위반’혐의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아버지는 2016년 세종시 농지 3천평을 샀습니다. 농지법에 따라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실제로는 짓지 않았습니다. 윤희숙은 당초 ‘아버지가 은퇴후 농사 지으려 했으나..어머니가 아파 농사를 짓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3. 사실 농지법은 현실과 맞지 않아 논란이 많은 법입니다.
입법취지는‘경자유전’원칙에 따라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보유하게 한다..이지만 현실적으로 농지의 40% 정도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 땅입니다. 농지를 살 때도 윤희숙 아버지처럼 영농계획서를 제출하면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계획서에 따라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어촌공사에 맡기는 제도(농지은행)를 이용합니다. 엄격히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 제도입니다.

4. 법의 현실성을 떠나..윤희숙 아버지의 경우 농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농지를 사면서 영농계획서를 냈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았으니까요..그리고 본인 스스로 jtbc 인터뷰에서 ‘투자할데 모색하던중..땅을 사면 앞으로 산업단지 생기고..욕심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농사지을 생각이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여권에서 얘기하는 ‘윤희숙이 KDI에 근무할 당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5. 아버지의 이런 농지법 위반 의혹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정도의 사안이냐..지금까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윤희숙은 13일 본회의장 신상발언에서 이렇게 사직을 호소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소위 언책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습니다..공인으로서 쏘아올린 화살이 제 가족에게 향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화살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못본 척 하는 것은 제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가장 무거운 방식으로 도의적 책임을 짐으로써 그 화살의 의미를 살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6. 윤희숙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한 날카로움 그대로를 스스로에게 적용해’ 의원직을 사퇴한 셈입니다.
윤희숙이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 역시 정치적 덕목입니다.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했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진짜로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여야 정치인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7. 결과적으로 윤희숙이 국회의원 도덕성 검증의 신기원을 열었습니다.
공인의 경우..비록 현실성 떨어지는 법이지만 엄격히 지켜야 하며, 비록 사전에 몰랐다 하더라도 존비속의 불법의혹에 책임을 져야하며, 자신이 남을 비판하던 그 기준 그대로 자신에게 적용해야 된다..등등.

8. 의혹을 사고 있는 다른 의원들에게도 이런 기준을 적용해야 맞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의를 표명한 이낙연 민주당 대선후보의 사직서 역시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치쇼란 소리 듣지 않으려면..
LH(한국투지주택공사) 직원 비리가 ‘국회의원 도덕성 기준 상향이동’이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0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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