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국내사업 무리 말라” 한마디에 카카오와 달랐던 네이버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18:52

업데이트 2021.09.13 19:11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좌)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좌)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지난 5월 기준 118개로 최근 4년 새 55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계열사는 26개가 감소했다. 시장 지배력 남용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카카오와 네이버는 왜 이렇게 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일까.

진격의 카카오, 조심스런 네이버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총 118개로 2017년 5월(63개)보다 55개 늘었다. 국내 30대 대기업 가운데 SK그룹(148개) 다음으로 많다. 자산은 19조9520억원으로 재계 18위에 올라 있다.

네이버의 계열사는 같은 기간 71개에서 45개로 줄었다. 자산 순위는 2017년 20위(6조6140억원)에서 27위(13조5840억원)로 바뀌었다. 자산 총액은 늘었지만 순위는 외레 뒷걸음질했다.

전문가들은 크게 봐서 세 가지 이유에서 두 회사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보다 먼저 규제 이슈를 경험한 것이 한 요인이라는 견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2010년대 이후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분야로 갔다가 ‘칼’을 맞은 뒤 B2B(기업간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열사별로 각개약진하던 카카오는 그런 경험 없이 확장기를 맞아 총력전을 벌이다 지금 같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고 진단했다.

국내 계열사 카카오 늘고, 네이버 줄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계열사 카카오 늘고, 네이버 줄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카오보다 먼저 ‘칼’ 맞은 네이버” 

네이버는 2010년대 초중반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맞은 뒤 새로운 전략을 펼쳤다. 위 교수는 “네이버는 부동산 정보 제공을 시작으로 골목상권 침해 이슈에 노출된 후로는 다른 중소형 플랫폼을 밀어내거나 인수하는 대신 중소 플랫폼을 네이버에 얹는 전략을 취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앱’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데다, 주요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성장하고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확장 전략을 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가 국내의 공정거래 이슈를 피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 역시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은 뒤 “국내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의 메신저 서비스는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이해진 창업자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뉴스1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뉴스1

카카오 역시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은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받고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의 유의미한 해외 사업은 웹툰 정도”라며 “카카오가 자회사를 설립해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면,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해진 ‘국내 사업 무리하지 마라’” 

카카오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국내 사업을 확장하며 택시 호출부터 대리운전, 미용실, 네일숍, 꽃 배달, 퀵서비스 등 소상공인 업종과 금융업에 진출했다. 문어발식 사업 논란이 확산하자 온라인에서는 ‘라이언’(카카오의 대표 캐릭터)이 상조 서비스를 한다는 가짜 홍보물까지 공유되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징하다” “진짜인 줄” “카카오 아파트, 카카오 편의점 다 가능할 듯” 같은 비아냥 섞인 댓글이 달렸다.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적절한 조치라고 답했다. 과도한 규제라는 응답자는 35.5%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짜 카카오 서비스 홍보물. 카카오 측은 "네티즌이 만들어 올린 것 같다"며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짜 카카오 서비스 홍보물. 카카오 측은 "네티즌이 만들어 올린 것 같다"며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여론 부담’에 몸 낮추는 카카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정부와 여권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는 사업 속도를 늦추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카카오에 따르면 각 계열사가 상생안 마련, 사업 재검토 등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IPO를 앞두고 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제출 시한을 미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여러 차원에서 절차에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지만 최근의 규제 논란과 무관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정부와 여당의 플랫폼 규제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5월에는 사망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나와 조직문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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