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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세 백신 접종 논의 시작…소아청소년 접종 이득과 위험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19일 오전 인천 지역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고3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한 학생이 백신을 맞는 모습. 뉴스1

지난 7월 19일 오전 인천 지역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고3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한 학생이 백신을 맞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등교 수업 확대 전제로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퍼진다. 의료계에선 일부 청소년의 경우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의 경우 아직 소아·청소년 대상으로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학부모 "나는 맞아도 아이는 안 맞출 것...의무화할까 걱정" #전문가 "일부 면역저하자 등에 필요하지만 의무화는 안돼"

10대 확진자 증가…4분기 소아청소년 접종 고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8세 이상 일반 국민의 접종이 완료되는 오는 4분기부터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12~17세 소아·청소년을 접종대상자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2학년생이다.당시 전문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통해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됐고,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해 미국ㆍ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접종 후 효과와 안전성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추진단은 교육부와 추가 논의를 통해 소아·청소년 접종과 관련한 세부 계획을 이달 안에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소아·청소년 접종 계획 수립에 나선 건 최근 연령별 코로나19 확진자 중 10대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13일 0시 기준 최근 1주(9월 2일~9월 8일)간 일평균 학생(유ㆍ초ㆍ중ㆍ고교) 확진자는 177.4명으로 집계됐다. 주간 일평균 학생 확진자가 117명이었던 7월 말(22일~26일)이나 125.7명이었던 8월 중순(8월 5일~8월 11일)과 비교해 상승한 수치다. 2학기를 맞아 97%에 이르는 학교가 등교 수업을 진행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면역질환 있는 소아청소년, 백신 필요…의무화는 반대” 

7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한 백신 접종이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이날 충남 논산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7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한 백신 접종이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이날 충남 논산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배기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델타, 감마 등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데 일단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 가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감염 증폭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단 면역 관점에서 볼 때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현주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높은 아이들은 맞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당장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모두에게 권장하는 방식은 반대했다. 현재 국내에서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 접종 가능한 백신은 mRNA 백신인 화이자뿐인데 아직 과학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다른 mRNA 백신인 모더나의 경우 7월 27일 식약처에 투여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허가변경을 신청했지만, 아직 심사 중이라 18세 이상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배 교수는 “청소년 접종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이 국내에서 도출된 바 없고 인종별로 신체 반응에 대한 차이도 있어서 실제 접종에 앞서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국가 방역 관점과 개인의 입장을 조화롭게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도 “mRNA 백신에 대한 장기적 관찰이 안 돼 있는 상태라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경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크다. 중학생·초등학생 두 딸을 둔 주부 전모(45·경기 용인시)씨는 "나나 남편은 접종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출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 씨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백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니냐"라며 "교육부가 등교 수업을 늘리려고 학생 접종을 의무화할까봐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mRNA 백신 안전성 더 지켜봐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의 한 중학교를 방문해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의 한 중학교를 방문해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AP]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소아·청소년에겐 코로나19 감염보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크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트레이시 호그 박사팀이 올해 1~6월 12~17세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백신 부작용을 분석한 결과 4개월 동안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12~15세 남성의 경우 코로나19로 입원하는 것보다 백신 관련 심근염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4~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달 30일 의학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됐는데, 영국의 백신 자문 기구인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이 논문을 영국 내 의료책임자들에게 보내 검토하도록 했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러한 이상반응 우려로 소아·청소년 접종을 시작한다고 해도 접종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mRNA 백신 이상반응은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니 보호자들이 자발적으로 내 아이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소아에서 성인으로 전파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접종 계획을 서두를 건 없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6~17세부터 접종을 시작하되 12~15세의 경우는 다른 국가들의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화이자 백신에 대해 정식으로 승인을 내린 건 16세 이상이다. 12~15세의 경우 아직 긴급사용 승인만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도 추가적인 자료를 살펴보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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