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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5000만원 신생업체가 수백억 배당…의문의 화천대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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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광주-전남 지역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광주-전남 지역공약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보통주 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이 업체가 언제 설립됐는지 아십니까?” (김영발 성남시 의원)
“거기까지는 파악을 못 했습니다”(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본부장)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언제로 되어 있습니까?” (김영발 시의원)
“2015년 7월로 되어 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본부장)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6일에 설립됐습니다”(김영발 시의원)

지난 2019년 1월 열린 제259회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 일부다. 당시 국민의힘 김영발 시의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이런 질의를 했다. 성남시가 공영개발로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신생업체가 참여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김 시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의회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관계 등에 대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비밀유지 조항’ 등을 운운하며 자료를 주지 않았다”며 “대형개발 사업에 설립된 지 5개월 된 신생업체가 참여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는데 이 업체가 막대한 배당금까지 챙겼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개발이익 5503억…성남 분당 대장동 개발사업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공영개발로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신생 업체가 최근 3년간 5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자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지구 조감도. 성남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지구 조감도. 성남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대 92만여㎡에 5903가구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2004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로 추진했으나 금융위기 등으로 무산된 것을 2014년 당시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이 지사가 공영개발로 재추진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SPC를 통한 개발이다.

이 지사는 이 사업의 개발 이익금 5503억원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는 이 내용을 선거공보 등에 공표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화천대유자산관리는 어떤 회사

이 사업을 위한 SPC인 ‘성남의뜰’은 2015년 7월 설립됐다. 성남의뜰 공시자료에 따르면 우선주 지분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76%, 하나은행 15.06%, 국민은행 8.60%, 기업은행 8.60% 등으로 소유하고 있다. 보통주는 SK증권이 85.72%. 화천대유가 14.28%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이 설립되기 5개월 전인 2015년 2월 6일에 설립됐다. 출자금으로 4999만원을 냈다. 지난 3년간 성남의뜰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010억원이다. 성남의뜰이 주주들에게 지난 3년간 배당한 5903억원의 17%다.

이 중 432억원은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이라고 한다. 화천대유의 주식 100%(3억1000만원)를 보유한 주주는 한 언론사 간부 출신의 A씨다. A씨는화천대유가 설립되기 7개월 전인 2014년 7월 이 지사와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

개발이익금의 10%에 해당하는 배당금이 화천대유로 들어간 것을 놓고 ‘공영개발 취지가 퇴색됐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성남의뜰 SPC 구성을 위해 컨소시엄을 공모했는데 당시 3개 컨소시엄이 응모했다”며 “선정심의위원회가 공정하게 검토해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화천대유 논란, 감사 청구 검토”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제267회 임시회 전 이 사안을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성남시의회는 전체 의원 35명 중 1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의회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단 이기인 정책위원장은 “의회에서 감사원 감사청구(출석 의원 과반 찬성)가 무산된다면 국민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감사를 요청하는 공익감사 청구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의회 전경 [사진 성남시의회]

성남시의회 전경 [사진 성남시의회]

화천대유 관계자는 “공모지침서에 따른 정당한 평가에 의해 대장동 개발에 참여했고 주주협약에 따른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와 경영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어 A씨가 대주주라도 회삿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없어서 배당권과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을 장기 대여한 상태”라며 “A씨에게 물어보니 이 지사와 인터뷰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전날 장기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제기한 ‘이 지사의 아들이 화천대유 자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도 “특혜 의혹은 물론 A씨와 친분도 없고, 화천대유 등에 캠프 관계자의 친인척이 재직 중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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