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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선 경선 중도사퇴… “백의종군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선에서) 어떤 역할을 상정하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상위권을 형성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은 채 후보직을 던진 것이다.

추미애에 밀린 ‘4등’이 결정적 이유

정 전 총리의 중도 사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뒤진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 전 총리는 이달 초 시작된 권리당원·대의원 투표에서 대전·충남(7.84%)→세종·충북(5.49%) 등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정 전 총리 측은 대구·경북(11일), 강원(12일) 순회경선에 희망을 걸었지만 역시 추 전 장관에 밀렸다. 12일 발표된 1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12일)에서도 4.03% 득표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누적 득표율 4.27%로 추 전 장관(11.35%)에 크게 뒤처지며 4위로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조직이 없는 추 전 장관에게까지 지면 재기가 어렵다”(한 캠프 인사)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26알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정세균 전 총리(왼쪽)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26알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정세균 전 총리(왼쪽)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호남(25~26일) 순회 경선 전망이 밝지 못한 점도 사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지사가 5연속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호남의 ‘전략적 투표’ 경향을 자극했고, 호남 주자인 이 전 대표도 누적 득표율이 31.08%까지 오르면서 정 전 총리의 추격 발판이 사라졌다. 정 전 총리를 돕는 한 중진 의원은 “호남 경선마저 참패하면 정 전 총리와 그를 돕는 의원들의 정치적 미래가 어두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퇴하자 되레 몸값 높아진 정세균

정 전 총리가 사퇴하자 경쟁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이 지사는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도 정 후보의 식구라 할 수 있다. 저로선 정말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정권 재창출이나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향도’(길잡이) 역할을 하실 어른”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경선 레이스 초반인 지난 7월 회동하며 '반명' 노선을 폈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경선 레이스 초반인 지난 7월 회동하며 '반명' 노선을 폈었다. 연합뉴스

TK 출신인 이 지사 입장에선 호남 출신인 정 전 총리의 지지세를 흡수해 이 전 대표의 기세를 누르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 캠프 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 지사가 그동안 정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존경의 뜻을 표하는 등 거리를 좁혀왔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 캠프에선 “높은 도덕성을 가진 이 전 대표를 정 전 총리가 지지해주실 것”(총괄본부장 박광온 의원)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 전 총리의 호남 조직을 흡수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레이스 초반 정 전 총리와 경선연기론을 함께 제기하며 ‘반명(反明)’ 노선을 펴 온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정 전 총리가 분명한 지지후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지지세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로 절반씩 흩어질 것”이라면서도 “정 전 총리 지지세 자체가 크지 않아 경선 당락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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