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대안' '또다른 쓰레기' 어디에 가까울까…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실

'친환경 대안' '또다른 쓰레기' 어디에 가까울까…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16:48

업데이트 2021.09.13 17:06

배달용기 등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아지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뉴스1

배달용기 등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아지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뉴스1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올 들어 '생분해'나 '친환경' 문구가 적힌 제품을 골라 쓰는 게 습관이 됐다. 비닐 봉투가 필요할 때도 검은색 일반 봉투 대신 생분해 제품을 들고 다니며 쓴다. 그는 "주변 친구들과 말해보면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일부러 쓴다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어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친환경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일반 플라스틱 대신 바이오 플라스틱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점이나 카페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친환경' 비닐봉지나 음료 컵 등을 제공하곤 한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10~11월 시민 137명에게 물었더니 70%가 생분해 플라스틱을 이용해본 적 있다고 밝혔다. 사용 경험은 비닐 포장재-식품 용기-컵 순서였다.

다만 이러한 제품은 막 기지개를 켜는 수준이다. 2019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약 4만t 규모다.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0.5%를 차지한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바이오나 생분해가 정확히 뭔지 모르고 쓰는 경우도 많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엄밀히 말해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 제조하는 플라스틱 전반을 말한다. 바이오매스(식물이나 유기성 폐자원 등의 원료)에서 유래한 '바이오 기반'과 짧은 기간 미생물로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친환경' 플라스틱은 생분해 제품이 많은 편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천연물 계통인 PHA·PLA 등과 석유 계통인 PBAT·PCL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옥수수ㆍ사탕수수 등을 활용한 PLA 소재는 빨대와 칫솔 등 생활 제품에 흔히 쓰이는 편이다. 그러나 같은 생분해라도 탄생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어떤 건 옥수수 같은 식물로 만들어진 반면, 석유 기반으로 제조한 것도 있다. 탄소 배출 저감, 미세 플라스틱 감축…. 이걸 썼을 때 지구의 어느 영역에 영향을 미칠지가 각각 다르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상에선 뭉뚱그려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부른다. 잘 썩는다고 생각해 폐기물 처리법도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생분해 제품을 원칙대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대개는 분해 대신 소각 또는 매립된다. 반대로 일반 플라스틱처럼 분리 배출하면 다른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을 방해한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진정한 '친환경'이 되려면 분해 조건을 갖춘 시설 인프라, 올바른 분리수거 등이 전제돼야 하는 셈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많은 이들이 여전히 바이오ㆍ생분해 플라스틱의 관계를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단순히 '분해 되냐 안 되냐', '썩냐 안 썩냐' 같은 이분법적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지만 국내 산업계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미래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 파괴적 측면이 뚜렷한 만큼 이를 대체할 친환경 소재가 대세가 될 거라고 본다. 기업들은 속속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 뛰어들면서 해외 수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PHA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제품들. 연합뉴스

CJ제일제당이 PHA 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제품들. 연합뉴스

CJ제일제당은 미생물을 활용해 최대 4년이면 분해되는 PHA 플라스틱을 시험 생산 중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많은 소재라고 강조한다. 빨대, 비닐 봉투, 포장재부터 시작해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사용처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올 연말까지 인도네시아에 PHA 전용 생산 라인을 완공한 뒤, 내년 초 본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PHA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가 우리를 포함해 일본, 미국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석유 플라스틱보다 원가가 비싸지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연구개발이 진행되면 경쟁력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석유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늘고 소비자의 친환경 경각심도 올라가면서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옥수수 성분 등을 활용한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이를 상용화하면 투명 포장재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 시제품을 만들어 2025년부터는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도 고유연 생분해성 PLA 플라스틱의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생분해 플라스틱 지원에 나서길 바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전망은 유망한데 국내에선 소비자 인식, 기업 움직임, 정책 변화 등이 전 세계 트렌드를 늦게 따라가는 느낌"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정부 부처 간 정책 공조가 잘 돼야 한다. 또한 정부가 적어도 생분해 수지 사용·폐기 가이드라인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면 환경단체들은 생분해 플라스틱도 일종의 '그린 워싱'(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태)이라며 평가 절하한다. 환경친화적이라고 홍보하는 제품이 많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생분해 조건으로 처리 못 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PLA 플라스틱은 60도 안팎 온도에서 6개월 이내에 90% 이상 분해돼야 하는데, 이를 맞추기 쉽지 않으니 잘 썩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생분해 제품을 쓰면 일회용품 규제에서 제외된다'고 강조하는 제조사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되레 조장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옥수수 등 원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유전자 변형 식물 증가 같은 새로운 부작용도 우려한다.

이들 단체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다회용기 사용 등 근본적인 플라스틱 감축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탄소 발생량 등을 따져 생분해 소재를 일부 쓸 수 있다. 하지만 산업적 전환이나 생활 방식의 변화 없이 생분해가 플라스틱 문제 해결 1순위가 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면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고 다회용기를 쓰는 게 궁극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들. 사진 녹색연합

다양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들. 사진 녹색연합

양측 의견이 갈리다 보니 정부의 고민도 이어진다. 내년부터는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PP 등의 분리배출 표시를 신설한다. 바이오매스 기반이지만 생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별도 배출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분해 플라스틱 처리는 여전히 애매하다. 투명 페트병처럼 별도 분리배출 체계를 구축하려니 비용이나 아파트 단지 내 공간 제공 등의 문제가 만만치 않고, 막상 따로 수거해도 퇴비로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퇴비화 시설이 따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생분해 수지로 만든 퇴비 등급이 농민이 원하는 수준을 맞추지 못 하는 편이다.

폐기물 직매립 금지 원칙에 따라 앞으로 일반 쓰레기 상당수를 소각하게 되는 것도 고민거리다. 자연 분해가 아닌 소각으로 직결되면 '순환 경제'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정부로선 '화이트 바이오' 정책 등을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계도기간 종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상표띠(라벨) 제거 후 압축된 투명 페트병이 분리수거돼 있다.   환경부는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을 대상으로 시행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방안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분리 배출제 위반으로 적발된 아파트 관리소는 과태료를 내야한다고 밝혔다. 2021.6.27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계도기간 종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상표띠(라벨) 제거 후 압축된 투명 페트병이 분리수거돼 있다. 환경부는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을 대상으로 시행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방안 계도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분리 배출제 위반으로 적발된 아파트 관리소는 과태료를 내야한다고 밝혔다. 2021.6.27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때문에 생분해 수지 인증 대상을 조정하거나 폐기물 배출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수준의 대안부터 고려하고 있다. 환경표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어구·어망 등 수거가 쉽지 않은 제품 중심으로 '생분해'를 인증해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01개에서 지난달 말 416개로 늘어난 생분해성 수지 인증 제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생분해 수지가 적절한 용도에 쓰이도록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올 하반기 환경표지 인증을 개정하면서 업계와의 논의, 대국민 홍보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새로운 플라스틱 트렌드에 맞춰 정부가 세심한 정책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이 공존하는 전환기를 잘 넘겨 탈(脫) 석유 플라스틱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열 소장은 "장기적으로는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을 식물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어떻게 전환할지가 중요하다. 세금 부과, 기술 개발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식물 소재 사용량이 확대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생분해 플라스틱은 어구, 농업용 비닐 등 쓰레기 투기가 잘 일어나는 영역에 우선 보급하는 반면, 재활용이 가능한 분야는 재활용되는 소재를 권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생분해 소재를 단순히 일회용 위주로 쓰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 2부를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백희연 기자, 곽민재 인턴기자,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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