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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손발로 꽃길 만들며 걸었죠 손뼉 쳐 꽃 피우자 향기도 피어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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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는 우리가 특별한 날 꽃을 선물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어요. “직접 키워보니 식물이 꽃을 피운다는 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일이더라. 햇빛·바람·물·온도 등 모든 조건이 맞아야 결실을 맺는다. 꽃을 선물하는 건 ‘네가 여기 도달하기까지 겪은 수고·고통에 대해 내가 다 알고 있다’는 뜻 아닐까.”(tvN ‘알쓸신잡’ 중) 이렇듯 꽃은 사람에게 축하·위로·격려·사랑을 전하는 매개체죠. 알록달록 화려한 색에 향기까지 갖춘 꽃을 마주하면 절로 미소를 띠게 되곤 합니다.

종합 전시 기획사인 네이처랩스 이상현 대표도 꽃의 이런 특성에 주목했어요. 그는 “식물이 1년을 참고 참아 꽃을 피우듯, 우리도 힘들고 어려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견뎌내면 언젠가 마스크도 안 쓰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자연의 순환에 따라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는 꽃을 주제로 미디어 아트 전시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Flowers by Naked)’를 제작했습니다.

이수정(왼쪽)·김민아 학생기자가 미디어 아트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의 사진 명소인 분홍 벚나무 아래 섰다.

이수정(왼쪽)·김민아 학생기자가 미디어 아트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의 사진 명소인 분홍 벚나무 아래 섰다.

미디어 아트가 생소한 소중 친구들도 있을 텐데요.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TV·영화·신문 등 매스미디어(mass media·대중매체)를 뜻하죠. 미디어 아트는 이런 대중매체를 접목해 만드는 예술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에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던 옛날에는 대부분의 예술 활동이 그림·조각 등의 형태로 행해졌어요. 기술이 발전하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영상도 촬영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미디어 기술을 예술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죠. 비디오 작가 백남준이 1965년 뉴욕에서 최초의 비디오 아트 작품을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예술인이 미디어를 매개로 한 창작에 힘써왔고, 미디어 아트라는 복합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김민아·이수정 학생기자가 미디어 아트를 체험하기 위해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 전시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로 향했어요. 입구를 장식한 커다란 꽃을 보며 기대감이 높아진 민아 학생기자가 “이 정도 규모의 미디어 아트 전시를 준비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물었죠. “우선 무엇을 주제로 전시할지 기획해요. 콘셉트를 정하고 나면 한정된 공간에 어떻게 주제를 표현할 것인지, 관람객이 무엇을 느끼도록 유도할 것인지 등을 계획하죠. 아이디어를 정리한 후 설치와 공사까지 약 1년 정도 걸렸어요. 모든 과정에 각 분야 전문가가 협업하는데, 전시 콘셉트 기획자, 내부 공간을 꾸미고 디자인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테리어를 포함한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여러 장비·기술을 다루는 기술자가 함께했죠. 조화이긴 하지만 꽃을 주제로 하다 보니 꽃을 예쁘게 만져줄 플로리스트까지 필요했어요.”

1년여 동안 전시를 준비하며 어려움도 많았어요. 국내에서 취급하지 않는 기술·장비의 경우 해외에서 수급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았죠. 또,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관람객이 어느 정도 들지 예측할 수도 없었어요. “비대면 전시 같은 대안은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민아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여러분이 비대면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처럼 비대면 전시가 늘고 있죠. 예를 들면 LG 시그니처 아트갤러리는 전시관 동선을 따라 화면을 360도 회전하며 관객이 직접 작품 변화를 연출하는 등 어느 정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어요. 하지만 손뼉을 쳐 꽃을 피운다든가, 공간마다 달라지는 향기를 맡는 등 체험적 요소가 주를 이루는 이번 전시는 VR로도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비대면과 대면 전시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죠.”

미디어 아트는 처음이라는 수정 학생기자가 “관람에 필요한 태도나 준비물이 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미디어 아트 하면 괜히 어렵게 느껴지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하진 않아요.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기분 전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거든요. 친구·가족과 편하게 와서 즐기고 예쁜 사진 많이 찍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무슨 원리고, 이건 뜻을 담고 있고’ 공부하는 태도보다는 우리 삶에 가까워진 첨단 기술을 즐기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답니다.”

커다란 책장을 직접 넘기는 듯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학생기자단.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어가면 하늘에서 하얀 눈꽃이 내린다.

커다란 책장을 직접 넘기는 듯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학생기자단.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어가면 하늘에서 하얀 눈꽃이 내린다.

설명을 들은 두 학생기자는 네이처랩스 윤우람 마케팅팀 팀장과 함께 전시관으로 입장했습니다. 커튼을 걷고 들어가자마자 한쪽 벽면을 장식한 커다란 전자책이 눈에 띄었죠. “첫 번째 공간은 ‘이야기의 시작(Big Book)’이에요. 책장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얼음이 녹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설명해주죠. 마지막 장까지 넘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볼까요?” 책에 집중하던 두 사람 머리 위로 하얀 눈꽃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팝콘 같아요!” “눈송이처럼 작고 예뻐요” 감탄하며 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지는 꽃잎과 피어나는 생명(Chill)’을 구현한 공간이에요. 액자처럼 연출된 벚나무에 다가가면 꽃잎이 흩날리며 배경이 바뀌죠. 이전 공간과 달라진 점이 있는데, 혹시 느껴지나요?” 고개를 젓는 학생기자단에게 윤 팀장은 “공간에 맞춰 향기도 달라진다”고 했어요. 꽃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의 분위기와 테마에 맞춰 전문 조향사가 향을 제조했죠. 마스크 너머로 향을 느낀 학생기자단이 “이전 공간의 향을 다시 맡아보고 싶다”고 하자 “입구로 들어와 출구로 나가야 하는 전시와 달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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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민들레꽃 사이에 있는 분홍 꽃을 찾아 손뼉을 치면 입으로 ‘후~’ 분 듯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을 볼 수 있다.

하얀 민들레꽃 사이에 있는 분홍 꽃을 찾아 손뼉을 치면 입으로 ‘후~’ 분 듯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을 볼 수 있다.

‘평화의 바람(Dandelion)’에 입장한 학생기자단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양쪽에 위치한 커다란 민들레꽃 두 송이예요. 하얀 민들레꽃 사이사이 있는 분홍 민들레를 찾아 손뼉을 치면 영롱한 소리와 함께 민들레 씨앗이 퍼지죠. 수정 학생기자가 무슨 원리인지 묻자 윤 팀장이 “자세히 보면 분홍 민들레 안에 박수 소리를 인식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어요. 소리뿐 아니라 바람의 흐름도 인식하죠. 손을 들어 세게 부채질해볼까요?”라고 했죠. 열심히 손을 위아래로 흔들자 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타고 둥둥 날아갔어요. 윤 팀장이 “원래는 입으로 후~ 불면 씨앗이 날리는 연출을 생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렵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수정(왼쪽)·김민아 학생기자가 거울이 회전하며 조명·조형물을 반사하는 ‘설렘의 황홀경’에서 끝없이 늘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이수정(왼쪽)·김민아 학생기자가 거울이 회전하며 조명·조형물을 반사하는 ‘설렘의 황홀경’에서 끝없이 늘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다음 공간의 커튼을 열기 전, 일행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네 방향 거울이 회전하며 또 다른 나를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설렘의 황홀경(Glowing Garden)’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천장에 설치된 오색 조형물과 공간 전체를 둘러싼 거울, 관람객이 직접 돌리며 원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는 기둥 거울이 어우러져 마치 얼음 성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흥이 오른 민아·수정 학생기자가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 삼매경에 돌입했죠. ‘평화의 바람’이 소리·바람 인식 장치를 활용했다면, ‘향기로운 초대(Big Flower Garden)’에는 모션 인식 장치가 설치돼 움직임에 따라 멋진 장면이 연출됩니다. 웬만한 사람 키보다 큰 꽃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나비처럼 꽃잎이 날아올랐죠.

흩날리는 꽃잎’의 벽에 손을 대면 나뭇가지·새싹과 함께 아름다운 꽃이 핀다. 벽을 장식한 꽃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흩날리는 꽃잎’의 벽에 손을 대면 나뭇가지·새싹과 함께 아름다운 꽃이 핀다. 벽을 장식한 꽃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흩날리는 꽃잎(Flower Wall)’에서는 직접 꽃을 피울 수 있어요. 손을 벽에 살짝 대고 이동하면 그 자리를 따라 새싹과 가지가 피어나고, 손을 가만히 멈추고 있으면 커다란 꽃이 활짝 피죠. 발걸음을 따라 아트가 펼쳐지는 바닥도 놓치지 마세요. 손·발로 꽃길을 만들며 이동하면 이번 전시 최고의 ‘사진 맛집’으로 불리는 ‘핑크빛 벚꽃 정원(Cherry Blossom Garden)’이 등장합니다. “일정한 시간을 주기로 벚나무 색이 계속 변해요. 바닥에 앉아 알록달록 변하는 광경을 하염없이 관람하는 관객도 있죠.” 두 사람도 자리에 앉아 천천히 옷을 갈아입는 나무를 지켜봤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분홍·보랏빛으로 변했을 때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죠. 향을 좋아하는 ‘향 덕후’라면 ‘비밀 실험실(Secret of Secret Garden)’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실험실 샬레를 열면 꽃이 피어나고, 꽃에 어울리는 향이 코를 스치죠. 각자 마음에 드는 샬레를 마음껏 열어보며 마스크로 답답한 기분을 환기했어요.

오색 실험도구가 즐비한 ‘비밀 실험실’ 벽면. 윤우람 팀장은 “여기도 SNS에서 유명한 사진 맛집”이라고 귀띔했다.

오색 실험도구가 즐비한 ‘비밀 실험실’ 벽면. 윤우람 팀장은 “여기도 SNS에서 유명한 사진 맛집”이라고 귀띔했다.

각기 다른 꽃과 향을 품고 있는 실험실 샬레. 꽃향기를 맡으며 마스크로 답답한 마음을 환기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꽃과 향을 품고 있는 실험실 샬레. 꽃향기를 맡으며 마스크로 답답한 마음을 환기할 수 있다.

모든 공간을 둘러본 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꿈을 꾼 것 같다”고 입을 모았죠. 마지막으로 수정 학생기자가 이 대표에게 “앞으로 어떤 테마의 전시를 만날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삭막한 회색 도심에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현재 바다 콘셉트의 전시를 기획 중인데, 우리가 지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바다가 아닌 깊은 심해를 표현하려 합니다. 그때쯤엔 우리 모두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웃는 얼굴로 전시장에 들를 수 있길 바라요.”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Flowers by Naked)

장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 188 AK&홍대점 4층
전시 기간: 오픈런(연중무휴,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 필수)
관람 시간: 매일 오전 11시~오후 9시(입장 마감 오후 8시)
입장료: 어린이 1만2000원, 청소년 1만6000원, 성인 2만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플라워 바이 네이키드 전시장에 도착하자 입구에 장식된 예쁜 꽃들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어요. 방마다 테마를 표현하는 화려한 조명·향기·예쁜 꽃이 어우러져 마치 판타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죠. 큰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비눗방울이 나오고 손뼉을 치면 꽃잎이 흩날릴 때, 코로나19로 쌓였던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가더라고요. 이 전시회를 연출하기 위해 힘을 모은 사람들은 얼마나 창의력이 풍부한 걸까 생각에 부럽기도 했답니다.  김민아(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미디어 아트 전시는 처음인데, 다른 전시와 달리 제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방마다 다른 향기가 나 꽃의 이미지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어요. 또 소리 인식 장치가 설치돼 손뼉을 치면 꽃잎이 흩날리도록 연출된 게 새로웠죠. 자연을 소재로 한 다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바다를 좋아하는 저는 미디어 아트로 표현될 바다를 빨리 체험해 보고 싶어요. 코로나19로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요즘, 자연을 소재로 한 전시를 보며 힐링할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이수정(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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