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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회사들 '트랜스포머 전쟁'…현대차-테슬라 로봇 경쟁,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무적이다. 보다 많은 경쟁기업의 진출을 기원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담당 파트너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0일 로봇개와 휴머노이드 등 로봇 3종을 선보이며 테슬라의 로봇 개발 선언에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달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테슬라 봇’을 개발해 내년에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13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나 테슬라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은 물론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까지 로봇 개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자율주행기술…자동차·로봇의 공통점 

자동차를 만들던 완성차업체들이 로봇개발에 속속 뛰어드는 배경엔 자율주행기술이 숨어있다. 현대차의 로봇개 '스팟'만 하더라도 앞뒤좌우에 장착한 카메라로 주변 지형과 사물을 인식하고 발걸음과 보폭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 애론 사운더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향후 (자율주행차량에서 활용되는) 레이더나 라이다(LiDARㆍLight+Radar)를 로봇이 복잡한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량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로보틱스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샤오펑도 지난 8일 산하 기업 퍼싱스마트와 함께 로봇 말 샤오바이룽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카메라와 라이다로 주변 환경과 물체를 식별하고 운행 경로를 탐색한다. 음성을 인식할 수 있고 전면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람의 표정을 표현하고 접촉을 감지할 수도 있다. 중량 30㎏까지 실을 수 있고, 어린이 탑승도 가능하다.

샤오펑 창업자인 허샤오펑은 “자율주행시스템, 음성인식 등의 기술을 AI 로봇 영역으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체 중 로봇을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은 혼다다. 2000년 2족 보행을 하는 아시모를 선보였다. 도요타는 2017년 사람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보행 로봇 'T-HR3'을 공개했다. 조정자가 슈트를 입고 컨트롤할 수 있어 재해지역, 건설 현장에서 안전하게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포드는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2족 보행 배송 로봇 ‘디지트’를,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CES에서 배송용 로봇 'EP1'을 공개했다. GM은 앞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손잡고 로봇 우주비행사 ‘로보노트2’ 개발하기도 했다. 애플카를 준비 중인 애플의 팀 쿡 CEO 역시 “자율주행차는 로봇이다”며 “자율주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우리는 애플이 무엇을 하는지 볼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테슬라 AI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슬라봇'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테슬라 유튜브 캡처]

테슬라 AI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슬라봇'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테슬라 유튜브 캡처]

로봇 개발은 AI 기술 뒷받침돼야   

이런 가운데 테슬라가 준비중인 로봇은 키177㎝, 무게 57㎏인 휴머노이드다. 머리에는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카메라 8개와 다양한 센서가 장착되며,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인 오토파일럿과 슈퍼컴퓨터 시스템 도조(Dojo)가 탑재된다. 사람을 닮고, 물건을 들어 나르는 기능 외에는 테슬라의 전기차와 비슷하다.

머스크는 “누구나 재미없어하는 단순 노동을 로봇에게 맡김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고, 더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슬라 봇은 아직 실체가 없다. 미국 CNBC는 “머스크는 그동안 테슬라 관련 발표회에서 최종 출시까지 최소 수년이 더 소요될 제품을 미리 공개하며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는 쇼맨십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비꼰 바 있다.

글로벌 로봇시장 전망. [자료 현대차그룹]

글로벌 로봇시장 전망. [자료 현대차그룹]

로봇의 상용화 측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들보다 앞섰다는 평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스팟은 이미 지난해부터 판매 중이고, 창고 자동화에 특화된 로봇인 스트레치 역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반기 매출은 227억원인데 비해 순손실이 872억원으로 수익성은 좋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트레치가 내년에 판매되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로봇개발은 미래 인류 위한 것”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의 미래, 로보틱스’를 주제로 열린 국회 모빌리티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로보틱스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우리 후손과 인류의 편안함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사재 2490억원을 투자, 지분 20%를 확보하는 등 로보틱스 사업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약 28조8000억원) 수준인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22%씩 성장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로봇 기술 개발을 가속화해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는 32%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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