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매맞든지 말든지…탈레반 돕겠다는 중국·파키스탄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15:15

업데이트 2021.09.13 16:09

탈레반 지도부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지난 7월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탈레반 지도부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지난 7월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탈레반 과도 정부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이 경제적 위기와 식량난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과 파키스탄이 적극적으로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여성 인권 문제로 아프간을 어떻게 지원할지 설왕설래 중이지만 중국과 파키스탄은 이미 탈레반 정부와 관련 논의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면서다.

이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주 식용유와 의약품을 수도 카불에 보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탈레반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만큼 최근 국제사회에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적 위기에 빠진 아프간에 조건 없는 원조를 해야 하며, 서방 국가들이 동결한 해외 자금도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과 동맹인 중국도 탈레반의 구호 손짓에 응했다. 중국은 지난주 3100만 달러(약 364억7700만원) 규모의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외국으로부터 첫 규모 있는 원조다. 중국은 아프간에 묻힌 리튬 등 풍부한 광물 자원에 관심이 있고, 아프간에서 국경을 넘어 확산할 수 있는 무장 세력을 탈레반 정부가 억제하기를 바란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아프간과 밀착함에 따라 아프간이 중국 시진핑 정부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에 참여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아프간이 접경국가 중국-파키스탄 양국의 경제회랑(CPEC)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거란 전망이다. 전 아프간 주재 파키스탄 대사 루스탐 샤 모만드는 "탈레반은 CPEC 가입을 기꺼워하고 있으며, 중국도 매우 만족할 것"이라며 다리를 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CPEC를 대외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중국-아프간 화물열차 재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아프간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면 경제적 원조 없이도 장기적인 경제적 생존 가능성이 열린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중국은 수년 동안 아프간에 CPEC 가입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왔지만,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온 이전 정부로부터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게 되면 CPEC 참여 가능성도 활짝 열리게 되는 셈이다. 파키스탄 상원의장인 무샤히드 후세인 사예드는 "아프간의 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즉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은 CPEC 참여이며, 카불의 새 행정부(탈레반 정부)도 이를 열렬히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에서 탈레반 통치를 지지하는 아프간 여성들이 부르카를 입고 대학 강당에서 탈레반 지지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에서 탈레반 통치를 지지하는 아프간 여성들이 부르카를 입고 대학 강당에서 탈레반 지지 연설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유엔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13일 아프간 구호 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다. 유엔은 아프간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경고하면서 구호회의를 소집해 아프간에 6억달러(7053억원) 이상 지원할 수 있도록 모금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기 이전에도 아프간에서는 인구의 절반인 1800만명이 이미 구호품에 생존을 의존해왔다고 한다. 여기에 탈레반의 집권과 함께 해외 원조가 끊기면서 아프간 식량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 피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 총재를 비롯해 독일 외무장관 하이코 마스 등 수십명의 정부 대표들이 참석해 아프간 식량 지원 문제를 놓고 회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방 정부는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보장하기 전에는 자산 동결 해제와 원조를 꺼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은 12일 여성의 교육을 허가하면서 히잡을 착용하면 대학 등에서 수업 들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만 남녀 학생은 분리된 채로 수업을 받아야 하며 여성은 여성들만 가르칠 수 있게 하는 등 제한이 있어 국제 사회는 불안한 시선으로 탈레반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탈레반은 또 새 정부에서 기존의 여성부를 선악(善惡)부로 바꿨다. 이 부처는 20년 전 탈레반 통치 당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지키도록 하기 위해 종교 경찰을 거리에 배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