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커피’ 한 잔 내리기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13:03

“이상적으로 추출된 커피의 TDS(총 용존 고형물, Total dissolved solids)는 1.15~1.35%, 수율은 18~22% 정도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내린 정의다. TDS는 커피 한 잔에 녹아 있는 고형성분의 양을 말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커피 한 잔의 농도를 뜻한다. 추출 수율은 커피 한 잔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한 커피의 양과 실제 내려진 커피 성분의 비율을 말한다. TDS는 과학적 분석의 근거가 되어 이상적인 커피 추출을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커피를 내리는데 이걸 꼭 알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럴 필요는 없다. 커피의 적절한 농도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커피에 관한 정의를 함부로 내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커피 한잔을 직접 내리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 있다.

 커피의 적절한 농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맛있는 커피 한잔을 직접 내리고 싶다면 알아야할 몇가지 상식이 있다. 사진 조원진.

커피의 적절한 농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맛있는 커피 한잔을 직접 내리고 싶다면 알아야할 몇가지 상식이 있다. 사진 조원진.

우선 브루잉(Brewing)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브루(Brew)는 말 그대로 커피를 우려낸다는 의미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브루잉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에스프레소머신을 사용하지 않는 핸드드립이나 사이폰처럼, 중력의 힘이나 미량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브루잉이라고 정의한다.

그라인딩(Griding)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 추출 방법 등에 맞춰 알맞게 추출할 수 있도록 분쇄하는 작업을 말한다. 원두를 적절한 크기로 고르게 분쇄하는 일은 맛있는 커피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추출 방법에 따라 적합한 분쇄 범위가 있으며, 적절한 범위 안에서 분쇄도를 조절하면 동일한 커피로도 다른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참고로 분쇄한 원두는 향미의 손실이 빠르게 일어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따라서 맛있고 신선한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추출하기 전에 필요한 양의 커피를 갈아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기본 개념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맛있는 커피 6원칙’을 기억해 두자. ①신선한 배전두(볶은 커피) ②청결한 기구 ③신선한 물 ④기구에 맞는 적당한 굵기의 그라인딩 ⑤적당한 분량 추출시간, 그리고 ⑥온도 지키기다. 간단한 듯하지만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규칙들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출해볼 차례다. 추출 방법으로는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클레버를 골라봤다. 세 가지 모두,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 본연의 부드럽고 풍성한 향미를 즐기기 좋은 프렌치프레스. 사진 보덤 인스타그램.

커피 본연의 부드럽고 풍성한 향미를 즐기기 좋은 프렌치프레스. 사진 보덤 인스타그램.

먼저 ‘프렌치프레스(French Press)’는 이탈리아인 우고 파올리니(Ugo Paolini)가 토마토 주스 분리기에서 영감을 받아 고안한 커피 제조기구다. 1929년 오늘날의 프렌치프레스 형태가 등장했지만, 1950년대가 돼서야 프랑스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해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프렌치프레스용으로 굵게 분쇄한 커피를 15~18g 정도 넣고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 250㎖를 부어준다. 처음에 40㎖ 정도를 넣은 후, 30초 뜸을 들인 다음 나머지를 부어주면 더욱 좋다. 추출시간은 3분 내외가 적당하다. 프렌치프레스는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사용해 커피의 오일 성분까지 놓치지 않고 추출할 수 있다. 커피 본연의 부드럽고 풍성한 향미를 즐기기에 좋다.

약간의 변화로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에어로프레스. 사진 pixabay.

약간의 변화로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에어로프레스. 사진 pixabay.

에어로프레스는 2005년 미국의 스포츠용품회사 에어로비(Aerobie)가 만든 가압(수동) 방식의 추출 기구다. 주사기 모양의 형태를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에어로비에서 판매했으나, 인기를 끌자 사업부가 독립해 별도 회사를 차렸다. 추출 방법이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깨알보다 가는 크기로 갈아낸 15~18g의 원두에 20~30㎖의 물을 부어 30초간 뜸을 들인다. 이후 200㎖의 물을 추가로 붓고 1분 30초를 기다린 후 손바닥으로 압력을 줘 추출한다. 에어로프레스는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추출 기구다. 세계 에어로프레스챔피언십도 매년 열린다. 여러 국가를 순회하며 열리는데, 커피인들의 축제라고 할 만큼 참가자가 많다. 또, 온라인에는 세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레시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기구, 클레버. 사진 클레버 인스타그램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기구, 클레버. 사진 클레버 인스타그램

클레버(Mr. Clever)는 대만의 표일배(飄逸盃) 제조회사인 EK인터내셔널에서 만든 커피 추출 기구다. 표일배는 원터치로 차를 편하게(飄逸: 태평하다는 뜻) 내려 먹는 잔(盃, 작은 잔을 의미)이란 뜻이다. 표일배에서 영감을 받아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만든 기구가 클레버다. 핸드드립을 할 때 사용하는 드리퍼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하단 추출부를 여닫을 수 있어 프렌치프레스와 같이 침지식(혹은 침출식) 추출이 가능하다.

추출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필터를 알맞게 접어 드리퍼처럼 생긴 기구에 올려놓은 후 깨알 정도의 굵기로 갈아낸 원두를 15~18g 정도 넣는다. 90도 이상의 물을 20~30㎖ 정도 부어 30~40초 동안 뜸을 들인다. 이후 200㎖의 물을 추가하고 2분~2분 30초 후에 클레버를 컵이나 서버 위에 올리면 추출구가 자동으로 열리며 커피가 내려진다.

앞서 당부한 6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어렵지 않게 내 입맛에 가장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릴 수 있다. 추출한 커피의 맛이 내가 좋아하는 맛과 조금 다르다면 분쇄도와 물의 온도, 추출시간을 조절해보자. 커피가 쓰다면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물의 온도를 낮추고, 추출시간을 줄이면 된다. 반대로 커피의 산미가 거슬린다면 분쇄도는 가늘게, 물의 온도는 높게, 추출시간은 길게 조절한다. 변수는 한 번에 하나씩만 조금씩 바꾸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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