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에도 靑 신중…"北 대화 촉구 시위"에 무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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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에 청와대는 “면밀히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구체적인 추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는 현재 상황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과 12일 발사한 북한의 신형장거리 순항미사일은 7580초 비행해 1500㎞ 떨어진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통신은 “이 무기 체계의 개발은 적대적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을 강력하게 제압하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억제 수단을 보유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청와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 역시 순항미사일 발사를 '저강도 무력 시위'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알려진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비롯해 이번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서는 동맹국과 함께 면밀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북한도 유엔 제재 등을 의식해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무력 시위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38노스=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의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이 도발을 통해 대화를 깨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을 향해 조속한 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지 않은 것도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청와대는 영변 시설 재가동과 연이은 북한의 열병식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7일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관련 “4ㆍ27 선언이나 9ㆍ19 선언의 합의 내용 중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말을 인용하며 “맥을 같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열병식에 대해서도 청와대에서는 별도의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았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에선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오는 17일은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이고, 19일은 9ㆍ19 평양공동선언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과 관련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76차 유엔총회에 화상 또는 대면 등 참석 방식과 무관하게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소리(VOA)도 지난 6일 유엔총회 보고문에 ‘북한 비확산’과 ‘북한 상황’ 등 북한 관련 안건 2건이 포함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번주 방한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대면해 한반도 관련 논의를 하게될 가능성도 있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환대해 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양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지난 7월 27일 13개월만에 남북간 통신 연락선이 복구됐지만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제한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커진 상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