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째 맞은 아시아 프라이버시 브릿지 포럼의 의미와 비전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11:25

업데이트 2021.09.13 15:59

데이터의 규모가 커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활용되는 분야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데이터의 국가간 이동을 더욱 촉진했다. 이렇듯 개인이 국제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범위나 빈도는 늘어나지만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제도는 국가 단위로 단절되어 서로 매우 다르다. 국가마다 다른 개인정보보호 법제도의 차이로, 해외로 넘어간 개인정보를 정부의 힘으로 지키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만약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제도와 같은 수준의 법 제도를 외국에서도 채택한다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는 한국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제 협력과 공조는 필수적이다.

기업의 해외 진출 때도 나라마다 다른 관련 규제와, 법제도는 서비스 제공을 하는데 장벽으로 다가온다. 각 나라의 법과 규제에 맞춰 매번 다른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법제도를 다른 나라에서 도입한다면 그만큼 기업의 부담은 줄어들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개인정보보호 정책의 국제 경쟁력이 제고되고, 정책적 공통 분모가 넓어질수록 우리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의 효율을 추구하는데 유리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각 국가는 환경이나 문화적인 차이로 각기 다른 법제도를 택하고 있고, 국가 간 협의만으로 이러한 차이를 좁혀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국제 교류에 있어 민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학계와 같이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쌓은 노하우와 국제 네트워크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협력이 더해질 때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올해로 만 6년 동안 운영되며, 10회째를 맞은 아시아 프라이버시 브릿지 포럼(Asia Privacy Bridge Forum, 이하 APB 포럼)은 이렇듯 국가마다 다른 법제도의 차이로 인한 비효율과 피해를 줄이고 한국의 정책적 리더십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만들어진 국제 네트워크이다. 2016년, APB 포럼을 설립한 김범수 APB 포럼 의장(연세대 바른ICT연구소 소장, 정보대학원 원장)은 바른ICT연구소 소장으로 윤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원장 이원태)등 정부 기관과 협력해 APB 포럼을 이끌어오고 있다. 민간에 속하는 학자의 신분으로 규모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제한적인 예산과 인력의 문제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연세대학교(총장 서승환) 바른ICT연구소는 김범수 소장과 함께 올해 ‘개인정보 유출통지제도’에 관해 논의하는 APEC 온라인 회의를 유치해 APB 포럼 직전에 개최할 만큼 관련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APB 포럼의 창립은 2015년 미국과 유럽 중심의 프라이버시 브릿지 포럼이 계기가 되었다. 미국이나 EU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OECD나 G20, APEC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현재와 달리 과거 한국은 영향력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의 정책 리더십 확보는 가능했고, 누군가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APB 포럼의 취지에 공감하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 학계, 정부 전문가들이 있었고, 이들은 6년 째 든든한 협력자로 함께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APB 포럼의 가장 적극적인 협력 국가일 뿐 아니라, 아세안(ASEAN)을 대표하는 정책적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PB 포럼은 비교적 최근에 개인정보보호제도를 확립한 중국의 참여 또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0년부터, APB 포럼은 국가 간 이동이 사실상 제한됨에 따라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다양한 미디어로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이겨내야 한다는 물리적인 제약도 있지만, 더욱 아쉬운 점은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더욱 활발한 의견 공유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제 교류의 특성상 공식적으로 회의 석상과 비공식 석상에서 나눌 수 있는 얘기는 명확히 다르다. 정책시행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경험과 시행착오는 문서상의 법제도가 보여주지 못한다. 이는 향후 개최될 11회 APB 포럼이 오프라인으로 다시 개최되길 바라는 가장 큰 이유다.

앞으로도 APB 포럼은 개인의 권익 보호와 기업 활동의 지원을 위해 개인정보보호 국제 간 교류와 협의를 통해 ‘규제의 합리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규제의 합리화’란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이 아니라,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규제를 의미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늘어나면서 규제가 과도해진 점이 분명히 있고 이는 AI, 빅데이터 분야를 통해 데이터의 활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진 시기에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양한 국가의 전문가, 시민들이 모여 규제가 과도한지 아닌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할 때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법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는 한 국가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사회적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누군가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지, 혹시라도 유출되었을 때는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각자가 자각할 필요가 있다. APB 포럼은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고, 개인정보보호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앞으로도 APB 포럼은 더욱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공론장으로서,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개인보호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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