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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IAEA, 핵 시설 감시카메라 재가동 합의…"외교의 시간 벌어"

중앙일보

입력

모하메드 에슬라미 이란의 원자력에너지청장(왼쪽)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IAEA 사찰단의 감시 장비를 보수·점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모하메드 에슬라미 이란의 원자력에너지청장(왼쪽)과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IAEA 사찰단의 감시 장비를 보수·점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모하메드 에슬라미 이란 부통령 겸 원자력에너지청장(AEOI)과 테헤란에서 두 시간여의 협상 끝에 합의를 도출했다. IAEA 사찰단이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추가된 이란의 핵 시설 감시 카메라를 보수ㆍ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IAEA 사찰관은 식별된 (모니터링)장비를 수리하고 메모리 저장 매체를 교체하는 것이 허용되며, 저장 매체는 IAEA와 AEOI의 공동 봉인 하에 보관될 것”이라며 “방법과 시기는 양측이 합의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협의가 “건설적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며 “그로시 총장이 가까운 시일 내 테헤란을 방문해 고위급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합의를 통해 IAEA는 이란 나탄즈 핵 시설의 감시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교체하고, 원심 분리기 작업장에서 지난 6월 훼손됐거나 제거된 카메라를 재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핵 시설 감시 카메라는 3개월마다 메모리 카드를 교체ㆍ점검 받아야 한다고 한다. 점검 시기는 지난달 만료된 상태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다만 취재진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며 “외교를 위한 시간을 허용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며, 영구적 해결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IAEA 이사회를 앞두고 극적으로 이뤄졌다. 가디언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IAEA 이사회는 물론 유엔 안보리 차원의 이란에 대한 비난 결의안 추진 시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이란에 대한 핵 사찰 프로세스는 명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고, 이란으로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로 향하는 길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란으로서도 일종의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외교적 틈새를 마련한 셈이다.

앞서 이란은 미 트럼프 정부의 JCPOA 파기를 이유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핵심 시설인 원심분리기 관련 감시 모니터링을 중단시켰고, IAEA 사찰단의 입국도 불허했다. 우라늄 농축도를 60%(무기급 90%)까지 끌어올렸다고도 밝혔다.

반면 JCPOA 복원 협상은 지난 6월 20일 잠정 중단됐다. 같은 달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신임 대통령이 당선되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로이터 통신에 “이 ‘직소 퍼즐’은 JCPOA 수준의 합의가 있을 때 완성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합의로 그때까지 우리는 모든 기술적 정보를 갖게 될 것이며 누락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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