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소리꾼 김준수 “국악은 신기한 것 아닌 우리 음악, 대중에 더 다가가고파”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9:00

업데이트 2021.09.22 11:58

소리꾼 김준수를 만나다

소리꾼 김준수를 만나 국악과 창극의 매력을 더욱 느끼게 된 소중 학생기자단.

소리꾼 김준수를 만나 국악과 창극의 매력을 더욱 느끼게 된 소중 학생기자단.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악, 국악(國樂)은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쳐 왔음에도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음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국악과 타 장르 간 컬래버레이션한 음악이 호평을 받고, 젊은 국악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젊은 세대에게 힙하고 자랑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국악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기까지 국악과 대중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노력한 국악인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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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는 아이돌 못지않게 팬들을 몰고 다니는 소리꾼으로 유명한데요. 김준수는 전남무형문화재 29-4호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로 지난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습니다. 입단 전인 2012년 창극 ‘배비장전’의 배비장 역으로 첫 주연을 꿰찼고, 입단하자마자 창극 ‘서편제’의 어린 동호 역을 맡았죠. ‘메디아(이아손 역)’ ‘적벽가(제갈공명 역)’ ‘오르페오전(올페 역)’ ‘춘향(몽룡 역)’ ‘산불(규복 역)’ 등 다수 작품에서 활약했습니다. 특히 ‘패왕별희(우희 역)’, ‘트로이의 여인들(헬레네 역)’에서는 성별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죠.

이밖에도 퓨전에스닉밴드 ‘두 번째 달’ 음반 참여, KBS 2TV ‘불후의 명곡’,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국악의 매력을 널리 알렸죠. 2017년 문화예술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판소리를 불러 세계인에게 국악의 매력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한복과 부채보다 청바지와 재킷이 더 잘 어울리는 훤칠한 외모에 전통 판소리부터 창극, 다양한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다방면을 오가며 활동한 덕분에 사람들은 더는 판소리란 단어에 나이 지긋한 소리꾼만 떠올리지 않게 됐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15일 막을 올리는 ‘흥보전’ 공연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준수를 직접 만났습니다.

국악과 대중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소리꾼 김준수(가운데)를 만나 창극과 국악에 대해 궁금한 점을 알아본 김나윤(왼쪽) 학생기자‧이서정 학생모델.

국악과 대중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소리꾼 김준수(가운데)를 만나 창극과 국악에 대해 궁금한 점을 알아본 김나윤(왼쪽) 학생기자‧이서정 학생모델.

나윤 창극이란 무엇이고, 국립창극단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판소리를 기초로 한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에요. 판소리는 수궁가·흥부가·춘향가·심청가·적벽가 다섯 바탕(마당)이 있는데 고수와 창자가 같이 한 판을 모노드라마처럼 끌어간다면 창극은 다양한 소리꾼들이 다채로운 역할을 맡아 극을 보여주죠. 다양한 캐릭터, 무대 연출, 안무 등이 합쳐진 종합 예술, 한국적인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창극단은 1962년에 창극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서 설립됐어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 창극을 알리고 있습니다.

서정 국악을 시작한 이유와 국립창극단 입단 계기는 무엇인가요.
열한 살 때 소리를 시작했는데 판소리라는 걸 처음 듣고,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요. 소리에 싣는 힘, 거기서 표현되는 모든 감정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아서 배워보고 싶었어요.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공연 볼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TV에서 가끔 국립창극단의 무대를 방송해줬는데, 그걸 보고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죠. 대학교에 진학하고 창극단의 객원 출연자로 작은 역할부터 했었어요. 이후 주연 오디션에 지원하고, 거기서 주인공이 되면서 창극단 공모를 통해 입단했죠.

국립창극단은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 ‘패왕별희’를 통해 다른 문화권의 전통도 품을 수 있는 창극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립창극단은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 ‘패왕별희’를 통해 다른 문화권의 전통도 품을 수 있는 창극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윤 창극은 우리나라 작품만 할 줄 알았는데 해외 창작물을 활용한 게 인상적이에요.
저도 어렸을 때는 우리 전통 작품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창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창극단 작품을 지켜보고 참여하면서 창극이 이렇게 다양한 작품도 소화할 수 있고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됐죠. 중국의 경극이나 그리스 비극 등 다양한 작품들을 담아낼 수 있는 우리 소리가 정말 큰 그릇이라고 느꼈죠.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여성 캐릭터 헬레네 역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여성 캐릭터 헬레네 역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서정 ‘패왕별희’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여성 캐릭터를 맡기도 했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창극을 하면서 성별을 뛰어넘는 역할까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창극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어요. 제 목소리가 남성적이다 보니까 이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고 극에 잘 묻어날 수 있을까 고민했죠. 다양한 작품을 찾아보고 행동이나 안무적인 부분에서 강한 여성적인 선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창극 ‘춘향’에서 몽룡 역을 맡아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을 잘 표현했다.

창극 ‘춘향’에서 몽룡 역을 맡아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을 잘 표현했다.

나윤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우선 가까운 시일 내에 볼 수 있는 ‘흥보전’과 10월에 올라오는 ‘배비장전’을 추천하고 싶어요. 내년에 볼 수 있는 ‘리어왕’은 해외 작품을 우리 창극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내년 5월에 올려질 ‘춘향’까지 네 작품 추천하고 싶어요.

서정 소리꾼으로서 본인의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판소리 하는 소리꾼이라 생각하고 창극단 활동도 전통을 기반으로 한 작품 활동이기 때문에 저의 뿌리는 흔들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를 지켜왔었던 이 뿌리가 단단하기 때문에 여러 활동을 했을 때 전혀 흔들림이 없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활동을 하든 항상 저는 이 판소리라는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판소리 ‘수궁가’를 창극화한 작품 ‘귀토-토끼의 팔란’에서 토자 역할을 맡은 김준수.

판소리 ‘수궁가’를 창극화한 작품 ‘귀토-토끼의 팔란’에서 토자 역할을 맡은 김준수.

나윤 수궁가 완창(판소리 한 마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일)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언제 또 완창 무대를 선보이고 싶나요.  
사실 소리꾼에게 완창을 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가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꼭 도전하고 싶고, 숙제 같기도 하며 어떤 과정의 길이기도 해요. 완창함으로써 소리꾼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큰 발판이 되기도 하죠. 첫 완창은 2018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였는데,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끝난 뒤에는 정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은 성취감이 있었고 내 소리길이 구만리 같다면 그 길을 걷는 데 있어 조금 나아간 것 같아요.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의 수련 과정이 소리꾼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그 무대가 끝나자마자 완창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앞으로 다섯 바탕의 완창에 도전하고 싶고 그걸 목표로 두고 달려가는 중이에요.

서정 국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좋아서 시작해도 슬럼프는 항상 오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지혜롭게 잘 넘어가느냐에 따라서 성장할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고등학교 때 잠깐 그만둘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소리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스승님이 잘 잡아주셨어요. 너는 돈 생각하지 말고 소리를 열심히 해라. 앞으로 큰 소리꾼으로서 재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힘을 주셔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이 만난 소리꾼 김준수.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이 만난 소리꾼 김준수.

나윤 국악이나 소리꾼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여러분은 국악 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소중 학생기자단: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소리를 하면서 우리나라 음악인데도 불구하고 신기하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물론 처음 들으면 생소하니까 신기할 순 있어요. 그만큼 자주 접하지 못한다는 거니까 안타깝죠. 항상 우리 곁에 있고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국악이거든요. 머물러 있지 않고 현대화 작업도 계속하고 있고요. 창극도 시대에 맞게 여러 시도를 하고, 다양한 음악과 컬래버레이션도 하고 있죠. 그저 옛날에 머물러 있는 음악이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정 국악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접하기도 전에 어렵고 지루하다 생각하기보다는 첫 발걸음을 한 발 내딛어 보세요. 국립극장만 해도 여러 가지 다양한 시스템이 있어요. 어린 친구들은 창극 아카데미를 한번 경험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그러면 가까이서 우리의 창극을 바라보고 판소리도 불러볼 수 있고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도 접해보고, 창극 무대도 꼭 직접 보세요. 이런 음악이 있었구나, 판소리로 표현하는 창극의 무대는 이렇구나 하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나윤 국악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떠오른 데 국악과 대중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역할이 있다면 하고 싶어요. 대중과 친근하게 다가갈 기회나 작품 활동이 있다면 제 몸을 불사르더라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국악이 예전에는 대중음악처럼 민중 속에 있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앞으로는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도들이 요즘 많이 이뤄지는 것 같고요. 앞으로도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정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판소리에 대한 끈은 놓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러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우리 소리가 대중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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