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결제할테니 9만원 주세요"…재난지원금 '깡' 또 활개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5:00

업데이트 2021.09.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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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공식 사용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6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점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공식 사용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주문이 본사에서 막혀버렸어요. 워낙 많이들 찾으니까 물량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 편의점에 “재난지원금으로 스마트워치를 살 수 있냐”고 묻자 돌아온 말이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 7일째인 이날 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일부 편의점에서 스마트워치나 무선이어폰 등 전자제품을 재난지원금으로 샀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의 한 맘 카페에는 지난 11일 “○○ 편의점에서 갤럭시워치를 주문할 수 있는데, 3주 이상 걸린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함께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이 지역 내 한 편의점은 “재난지원금으로 스마트워치를 구매 가능한 곳은 ○○편의점이 유일하다”는 안내문을 문 앞에 붙여뒀다고 한다. 여기에는 “여러 군데 전화 돌렸는데 다 재고가 없다고 했다” “두세 군데 발품 팔아도 다 없었다”와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재난지원금으로 갤워치” 적정성 논란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 내 한 가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 내 한 가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후 현명한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의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한편에서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지급 취지 등과는 다르게 재난지원금이 사용되는 데 따른 문제도 지적된다.

이날 온라인에서는 스마트워치 등 전자제품을 재난지원금으로 살 수 있는 편의점 위치와 같은 정보 등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다짜고짜 전화하면 점주가 모를 수도 있으니 공문을 확인해달라고 하라” “통신사 할인은 안 되니 참고하라” 등과 같은 ‘꿀팁’도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 지역 한 맘 카페에서는 한때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금인데 갤럭시워치를 사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나름 내수 진작이라고 생각한다”는 반박이 맞붙기도 했다.

‘깡’도 다시 기승…자영업자 한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를 사흘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 한 주민이 국민지원금 관련 이의신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 접수를 사흘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에 한 주민이 국민지원금 관련 이의신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작용은 또 있다. 이른바 ‘깡(불법 환전)’ 행위가 재난지원금 지급과 맞물려 다시 활개 치는 모양새다. “재난지원금 현금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냐” 등과 같은 문의가 최근 온라인에서 줄 잇고 있다. 실제로 “재난지원금을 현금화해주겠다”는 한 업자에게 문의하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8만원을 긁게 해주면 현금 6만원으로 주겠다”는 이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한숨이 쏟아진다. 경기도 수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스마트워치는 워낙 고가라 점주 사이에서도 ‘이게 나갈까’ 했었는데 문의가 쏟아지더니 단 이틀 만에 완판됐다”며 “점주는 판매가의 5% 정도 가져가는 왜곡된 구조다. 업계나 주변 상인들은 재난지원금의 (고가제품 판매)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때 피해 본 이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했다고 본다”며 “이 같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정책은 (우리와 같은 자영업자들에겐)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왜 국민에게 주는지에 대한 목적과 의도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세우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급 취지에 맞게 그 용도 등을 분명하게 설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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