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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판 1조, 그대로 샀다…개미 '카카오 선택' 옳았나

중앙일보

입력

최근 개인이 빅테크 규제 우려에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자 카카오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사진은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최근 개인이 빅테크 규제 우려에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자 카카오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사진은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직장인 윤모(42ㆍ서울 서초동)씨는 지난 9일 카카오 주식을 300만원어치 샀다. 올해 초 처음으로 주식 계좌를 연 그는 카카오와 네이버 두 종목만 꾸준히 추가 매수해 총 2800만원을 투자했다. 윤씨는 “규제 영향으로 전날 주가가 10% 하락하길래 곧바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업체) 규제’ 우려에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주저앉은 카카오 주식을 1조원 넘게 담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9월 6~10일) 개인 투자자는 카카오 주식을 1조3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5거래일 기준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의 순매수액 1위는 카카오였다. 이어 5129억원이 몰린 네이버가 2위다. 특히 카카오는 주가가 전날보다 10% 급락한 지난 8일 개인 순매수액이 6262억원에 이른다. 2017년 7월 상장 이후 개인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으로 최대 규모다.

'규제' 우려에 하락한 카카오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규제' 우려에 하락한 카카오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외국인ㆍ기관 순매도 물량 받은 개인  

이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7457억원 순매도)와 기관(2928억원)은 5거래일 동안 1조385억원 정도를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한 물량을 고스란히 개인이 받은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공매도 포화가 카카오에 집중됐다. 지난주(5거래일) 카카오의 공매도액은 2594억원(한국거래소 자료)으로 일주일 전(286억원)보다 9배 급증했다. 9일에는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카카오 1조 순매수 나선 개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 1조 순매수 나선 개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규제 압박에 카카오 시총 10조 증발

공매도 불씨를 댕긴 건 정부의 빅테크 규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ㆍ추천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중개’로 판단해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9일에는 “업체가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바로잡는 노력이 없으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 금융 플랫폼에서 펀드와 연금, 보험 등 다른 금융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게 어려워진다.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한 뒤 수수료를 올리며 골목상권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7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동주 의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 대책 토론회'. 사진 유튜브 캡처.

7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동주 의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 대책 토론회'. 사진 유튜브 캡처.

‘규제’ 압박에 카카오 시가총액은 10일 기준 57조84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기 전인 6일(69조1519억원)과 비교하면 카카오 시가총액은 11조3030억원 증발됐다. 같은 기간 네이버 시총(67조3480억원)도 10%(7조2275억원) 가까이 줄었다.

"쌀 때 매수" vs "주가 변동성 커져" 

그렇다면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은 개미의 전략은 성공할까. 증시 전문가들은 규제 우려가 커진 빅테크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단기간 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는 ‘긍정론’과 규제 강화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신중론’이 맞선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와 관련된 구체적 이행 사항이나 수수료율 제한처럼 직접적으로 (업체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특히 카카오페이는 증권ㆍ보험ㆍ대출 중개에 관한 인허가를 획득한 상태로 파악됐다”며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우려에 따른 과매도였다”고 분석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 급락을 매수 기회로 분석한 외국계 증권사도 있다. 홍콩계 글로벌투자은행인 CLSA는 지난 10일 ‘규제 공포’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당국의 발표가 오히려 향후 지침을 명확하게 해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번 급락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CLSA는 카카오에 대한 목표 주가를 10일 종가(13만원)보다 49% 높은 19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네이버 목표 주가는 56만2000원으로 현재(41만원)보다 37% 높다.

하지만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세계적으로 빅테크를 둘러싼 반독점 논란과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움직임”이라며 “당분간 규제가 주가 향방의 리스크(위험요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불확실성(빅테크 규제)이 해소될 때까진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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