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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38층서 박지원 만난 조성은 "단둘이 사적 대화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지원 국정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거하기 위해 대선에 개입한 것이다.”(윤석열 캠프 장제원 상황실장)

“박지원 원장님과 롯데호텔 38층에서 단 둘이 만났는데, 사적인 얘기만 했다.”(조성은씨)

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의 불똥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로 옮겨붙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조성은씨가 관련 보도 전에 박 원장과 따로 만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지원 게이트”라는 윤 전 총장 측 공세에, 조씨는 “친분이 있어 따로 만난 것”이라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추가 물증을 공개하겠다”고 받아쳤다.

2018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현 국가정보원장)와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2018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현 국가정보원장)와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①윤석열 공격=이날 윤 전 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고발 사주라고 명명된 정치 공작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대책 논의를 위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날 오후에 만난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었다. 최 전 원장도 “정보기관 수장의 수상한 만남을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고 말을 더했다. 회동에 앞서 윤 전 총장은 따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국정원장이라는 직분을 고려할 때 평소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좀 정상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또 책임당원들에게도 따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야합 세력에 편승한 소모적 논쟁, 음습한 공작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윤 전 총장 캠프 장제원 상황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씨는 박 원장의 정치적 수양딸이다. 두 사람이 만나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21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제보한 조씨가 박 원장(8월 11일)을 만난 다음,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9월 2일)가 나간 게 수상하다는 것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조씨와 박 원장이) 매우 내밀한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씨 페이스북 게시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씨는 5월 17일 생일선물 등을 담은 사진을 올리자, 박 원장은 “함께 못해 미안하다”고 적었다. 이에 조씨는 “대표님이 안 계셔서 80%만 채워졌어요, 8월에는 100%로 만들어주셔요♡”라고 답했다.

2019년 5월 9일엔 조씨가 “늘 불쑥 찾아오는 반가운 전화는 늘 설레게 한다. 오랫동안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분이 불쑥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시니. 엄청난 반가움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여기에 댓글로 “그게 나야”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하태경 의원은 “조씨를 왜 만났고 몇 번이나 만났는지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조씨 만남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의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씨가 국민의당 인사 등과 함께 올해 국정원장 공관을 방문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남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남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조성은 반격= 조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원장과 만난 것에 대해 “거창한 얘기를 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원장 공관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는 주장 등에 대해선 “이용주 전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만난 적은 있다"면서도 시기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 윤 전 총장이 거품을 무는 건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음은 조씨와의 일문일답.

박 원장 만났을 때 SNS에 사진을 올렸나. (조씨는 8월 11일 페이스북에 호텔 식당에서 찍은 듯한 시내 전경 사진과 함께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맞다. 롯데호텔 38층 모모야마에서 만찬을 했다. 유명한 곳이라 인증샷을 찍었다. 대표님(박 원장)을 국밥집에서 만나나.”
두 사람 외 배석자는.
“없었다.”
당시 나눈 대화는.
“대표님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기에 뉴욕 사업 진출을 말하면서 ‘대표님이 뉴욕 한인회장 하셨죠’라고 물었다. 대표님이 ‘돈 많은 사람과 결혼이나 하지’라고 하기에 내가 ‘제가 돈 버는 게 재밌다’고 답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면서 반격 카드로 “텔레그램에 나온 ‘손준성 보냄’이 윤 전 총장 측 손준성 검사라는 걸 증명해 줄 추가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이 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부추겼다는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해 4월 윤 전 총장이 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검사를 통해 당시 김웅(현 국민의힘 의원) 미래통합당 후보와 접촉했고, 이 루트를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 대한 고발장이 조씨(당시 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갔다는 게 주된 흐름이다. 조씨는 “결국 이 사건은 내가 김웅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받은 ‘손준성 보냄’이 실제 손 검사라는 것만 확인되면 된다”며 “내가 이를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남는 의문점=조씨 해명은 그가 제보했다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보도와도 상충하는 대목이 있는데, “김웅 의원에게 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뉴스버스는 “고발장은 통합당 측에 전달된 후 법률지원단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조씨는 “김웅 의원이 나 이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 당에 고발장을 전달해, 그게 최종적으로 당 차원에서 고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대검 감찰부가 조사 중인데 공수처에도 자료를 준 경위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나에 대한 기자회견(8일)을 한 날 밤 뉴스버스 기자를 통해 공수처에서 ‘협조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다음날 공수처를 찾았을 땐 이미 수사 준비가 다 된 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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