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기후행동의 열쇠, 포용과 공정의 글로벌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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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지난번에 이 지면에 쓴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탄소중립이면 다 해결되는가, 실현가능성은 있는가의 지적도 있었다. 여기서는 기후행동의 첫걸음이 ‘지구온난화가 실존적 위협이며 화석연료 사용이 주 원인이라는 명제에 대한 합의’라는 전제 아래 몇 가지를 짚고자 한다.

1992년 9월 필자는 영국문화원 초청으로 에퀴녹스 시리즈의 ‘온실효과 음모(Greenhouse Conspiracy)’ 다큐를 봤다. 기온 측정장소 오류를 비롯해 메탄과 질소산화물 등의 과소평가로 이산화탄소를 주범으로 몰았다며, 기후변화 주장을 음모로 규정한 파격적 내용이었다. 21세기에도 회의론은 이어졌다. 2001년 덴마크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 출간, 2003년 미국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어의 파이낸셜 타임즈 기고, 2007년 영국의 ‘지구온난화 대사기극’ 다큐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기후변화 음모론 등장
회의론 상쇄하는 기후 전략은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합의 도출
포용·공정의 글로벌 리더십으로

2014년에는 인간활동이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80여개국 830여명 전문가와 3000여명 과학자가 3만여 편의 논문을 평가하고 31개 기관의 59개 기후모델을 돌려 작성한 기후변화정부간기구(IPCC) 평가보고서에서였다. IPCC 보고서는 문장마다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되므로 기후변화의 교과서격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자체는 인정하게 됐지만 원인과 대응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부활하곤 한다. 이를 상쇄하는 기후 전략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의한 탄소중립 정책의 과학적 근거는 어느 정도일까.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기여도는 66%다. 지구촌이 배출한 누적 이산화탄소(1850~2018년) 중 화석연료에서 나온 것은 68%다.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30%는 지표면, 25%는 해양, 40%는 대기 중에 남아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탈탄소가 바로 기후 솔루션이라기엔 한계가 있다. 또 정책의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 사이의 현실적 차이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역사성과 과학성은 시사적이다. 1999년 필자는 독일 본에서 열린 제5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UNFCCC COP5)에서 “한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것이며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다 하겠노라”고 연설했다. 기존의 유보적 태도로부터 참여로의 전환이었다. 당시는 중국 중심의 G-77그룹이 선진국을 향해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재정 지원과 기술이전을 역설하던 때였다. 한국은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서 개도국 특혜를 받았고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때도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는 예외였기 때문이다.

기후행동 정책은 모든 경제주체가 동참해야 하므로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합의 도출이 특히 중요하다. 주요지표인 배출량 통계의 산출기준은 여럿이다. 생산기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2016년)은 중국 29%, 미국 14%, EU 10%, 인도 7% 등의 순이다. 수출요인을 고려한 소비기반의 배출량은 미국, 캐나다, 한국 등이 높다. 인구 1인당 배출량(2017년)은 미국이 중국의 2.5배가 넘고, 호주, 미국, 캐나다 순으로 세계 평균치(4.8톤)의 3배가 된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2015년 파리협정의 신기후체제로 바뀌면서 역사적 책임 논쟁 대신 공동대응이 강조됐다. 그러나 배출 뒤 200년 이상 머무는 이산화탄소의 특성상 역사적 배출량은 여전히 살아있다. 1751~2017년의 역사적 배출량(1.5조t)에서 미국의 비중은 25%로 중국의 2배 이상이다. EU 28개국은 22%다. 단년도 배출량의 국가별 순위에서 상위 국가를 기후 불량국가(villain)로 발표하기도 하지만, 역사성과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별 배출량 데이터를 보면 삶의 질 수준이 비슷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국가들의 특성이 드러난다.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위 GDP당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 국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동시에 에너지 생산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부문에서 모든 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해결된다.

11월에는 영국 글라스고에서 COP26이 열린다. 1995년 출범 이래 사상 최초로 ‘코로나 해’를 거르고 열리는 총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높이려는 계획은 이미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인도 등 저개발국은 NDC에 대해 “G20 국가의 배출량을 세계 1인당 평균치로 줄이라”고 요구한다. 한국은 이번에 2023년 COP28 유치 캠페인을 벌이는데 UAE도 나섰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이슈이므로 국제협력이 필수다. 지난달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물가 상승 부담을 고려해 탄소국경세 도입안의 승인을 일단 보류했다고 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이른바 그린플레이션을 막으려면 선진국의 앞선 기술과 표준 위주로 무역장벽을 치기에 앞서, 보다 포용적이고 공정한 잣대의 기후행동 리더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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