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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코로나로 디지털 중독 증가, 위험 알리려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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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인터뷰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의 대부분을 온택트(Ontact) 환경에서 보내는 때다. 건강한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조화와 균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이에 의학 분야 국내 최고의 석학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캠페인을 진행하며 디지털 과사용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을 만나 캠페인의 의미와 의학한림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임태환 원장은 ″건강한 온택트 생활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가이드라인에 담아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임태환 원장은 ″건강한 온택트 생활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가이드라인에 담아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캠페인을 진행하는 배경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민의 비대면 생활이 일상이 됐다. 교육·업무뿐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에서도 디지털 사용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디지털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캠페인은 일차적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신·신체·행동 건강의 위험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외 학술연구 논문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과 관련한 건강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의학한림원 산하 중독연구특별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메타 분석을 통해 디지털 중독의 실태·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메타 분석이라는 기법을 써서 근거를 확립했다. 메타 분석은 여러 곳에서 연구한 동일 주제의 연구를 모아 추세를 분석하는 것으로, 권위 있는 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중독 문제가 더 심각해졌나.

“그렇다. 실제로 디지털 중독 위험군 집단이 코로나 이전보다 20%가량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유아동 집단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2.9%에서 27.3%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디지털 미디어 중독은 우울·불안·충동성 등 정신 건강 문제를 동반하며, 유아동에서는 언어·사회성·인지조절 등 뇌 기능 발달을 저해한다. 단순 디지털 미디어 중독뿐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위험 행동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스마트폰 게임, 온라인 도박, 포르노 이용 등 오락용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는데, 우울·불안이 높을수록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20대에서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해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경험하는 것이 자살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다크웹을 통해 마약에 접근하는 사례도 증가한다. 비대면 온택트 생활이 늘면서 수면과 신체 활동 시간이 감소했는데 이 때문에 비만과 관절·안과 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증가했다.”

 -특히 우려되는 분야가 있다면.

“디지털의 폭발성이 대단하므로 온택트 시대로 나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교육 분야가 그렇다. 온택트의 강점을 살리면서 대면 교육의 순기능을 경험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의 무분별한 디지털화는 우려되는 점이 꽤 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문제 해결 능력과 판단 능력을 기르는 역할을 한다. 이는 스승과 친구를 직접 만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보고 들은 것만을 지식의 전부인 줄로 알게 되는 건 우려스럽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아 전달하나.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인 가이드라인은 크게 두 가지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진단·치료 지침 가이드라인과 대중을 위한 생활 수칙 면에서의 가이드라인이다. 전문가여도 본인이 전공하는 특정 질환 외에는 깊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중독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분야를 진료 현장에서 좀 더 관심 있게 보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에게는 온택트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생활 속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정신 건강, 영유아 발달, 안(眼) 건강, 뇌 건강, 비만, 근골격계 통증과 사고 영역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건강을 지키는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문가와 대중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함께 교육하고 홍보해야 건강한 디지털 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의학한림원이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새로운 건강 문제가 출현하고, 의학적 지식의 소통 방식도 새롭게 요구된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의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이 보다 직접 국민 생활에 실천되고 반영되도록 하는 활동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중독과 같은 건강 문제에 대해 선도적으로 문제의식을 제안하고, 필요한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그렇다. 또 홍수처럼 쏟아지는 의료 정보 속에서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리고, 잘못된 정보는 걸러줄 수 있는 기구로서 의학한림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의학한림원은 기초·임상 분야를 포함한 의학 분야에서 현저한 업적이 있는 의학자 5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수십 년간 의학 분야에서 연구해 온 학자들은 평생 쌓아온 연륜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다. 흐릿한 세상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국민이 생각해 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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