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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겨드랑이 등 화농성 한선염 땐 고통 극심, 올바른 치료 절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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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피부 질환 이야기  이미우 대한여드름주사학회장

염증성 피부 질환 중 심한 통증을 동반하거나 병이 만성적으로 지속해 정서적 위축을 유발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다. 이런 질환 중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 ‘화농성 한선염’이다. 주로 피부의 접히는 부위, 즉 겨드랑이, 사타구니, 엉덩이 아래, 허벅지, 여성의 경우에는 가슴 아랫부분 등에 통증이 있거나 고름이 차 있는 염증성 결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여드름이나 종기처럼 보이지만 같은 부위에 자주 재발하며, 자연적으로 낫지 않고 주변으로 퍼지면서 점차 심해지는 경우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할 수 있다. 염증이 심해지면 심한 통증과 함께 고름으로 인한 분비물과 악취로 인해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고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 세균 감염, 면역학적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염증성 반응이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변의 개수가 적은 경증이나 중등증의 경우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으므로 조기에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경증일 때는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도 잘 조절되기도 하며, 바르는 약으로 조절이 잘 안 될 경우 항생제를 12주 정도 복용하게 된다. 경증 및 중등증 환자의 상당수가 이러한 일차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 일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는 여드름 치료제로 알려진 비타민 A유도체나, 염증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면역 매개 물질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TNF-알파 억제제)를 고려해볼 수 있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12주 이상의 항생제 복용에도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약물 복용의 부작용이 심한 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에게 고려되며 국내외에 이미 많은 치료 사례가 보고된 바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다. 다만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매우 고가이고, 보험 적용 대상 환자들조차 최대 약값의 60%를 부담해야 한다. 국내 화농성 한선염 환자 중 생물학적 제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중증 환자는 소수로 예상되지만, 아직 화농성 한선염은 희귀 난치 질환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서 산정특례 혜택을 받지 못한다.

화농성 한선염의 실제 환자는 문헌 등에서 보고된 것보다 적은 1만 명 이하로 추산된다. 중증 화농성 한선염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라기보다는 면역체계 이상과 관련된 전신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만성적 경과로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래서 다른 치료로 잘 호전되지 않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산정특례 적용을 고려해 제도적인 보호 아래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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