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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코로나 특수’인데, 왜 이케아는 힘 못쓸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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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가구업계를 활짝 웃게 한 ‘코로나 특수’에도 웃지 못한 기업이 있다. 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의 한국법인이다. 올해 들어 한국 진출 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케아코리아는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돌파구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해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수혜자로 평가받았다.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액이 663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6%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케아코리아 매출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케아코리아 매출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케아코리아의 2021 회계연도 매출은 6846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4년 12월 광명점을 개설하며 한국에 상륙한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케아코리아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코로나19 여파로 이케아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케아코리아는 글로벌 사업전략에 따라 규격화한 가구를 창고형 매장을 통해 판매해왔다. 자가배송, 자가조립, 자가시공을 통해 소비자는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 길어지며 비대면으로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자 배송과 조립 비용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강점은 가격과 디자인인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가격이 상당히 올라간다”며 “국내 가구업체들은 전문가가 조립한 완제품을 무료로 배송하기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강점이었던 쇼룸형 매장이 널리 퍼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케아 매장은 침실·거실·욕실 등 집안의 다양한 공간을 가구원 수에 따라 모델하우스처럼 구성해 자사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등 국내 업체도 모델하우스형 쇼룸을 갖춘 대형 매장을 내고 있다. 게다가 오늘의집·핀터레스트 등 집꾸미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도 출시됐다.

시장의 변화가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자 이케아코리아는 한국식 시스템을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일단 ‘배보다 큰 배꼽’으로 불렸던 배송료 체계부터 손 봤다. 그동안 이케아는 상자에 넣을 수 있는 택배 제품은 5000원, 가구는 4만9000원의 배송요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도입한 새 배송 체계에서는 크기와 무게에 따라 택배 요금이 3000·5000·8000원으로 다양해졌다. 부피는 커도 무게가 적게 나가는 일부 제품은 4만9000원이었던 배송요금이 8000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매장 근처에 한해 2만9000원에 제공하던 당일·익일 배송 서비스도 적용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 세계 이케아 중 당일·익일 배송을 제공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가구 조립 서비스에도 보다 합리적인 비용 산정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부담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가구업체들은 급성장하는 홈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해 업종 간 합종연횡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한샘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고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도 모회사의 유통망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코리아는 한샘, 현대리바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케아가 코로나 사태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며 “온라인 가구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이케아코리아의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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