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디펜딩 챔피언’은 ‘우승지킴이’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얼마 전 끝난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야구팀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안고 돌아왔다. 이에 언론에선 ‘디펜딩 챔피언 한국 야구, 실력도 근성도 부족했다’는 등의 제목이 달리기도 했다.

손흥민 축구를 볼 때도 간혹 ‘디펜딩 챔피언’이란 말이 등장한다. 그 외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 용어가 종종 나온다. ‘디펜딩 챔피언’이 무슨 뜻일까?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은 전년도 또는 지난 대회 우승자나 우승팀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디펜딩’과 승자를 뜻하는 ‘챔피언’이 결합한 말로,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지난번에 우승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우승자나 우승팀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 야구팀의 경우 직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디펜딩 챔피언’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정확하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야구가 이번에 13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함으로써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했지만 지난 대회 우승팀이므로 ‘디펜딩 챔피언’이라 부르고 그만큼 다시 기대를 했던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인 ‘디펜딩 챔피언’을 대신할 쉬운 말로 ‘우승지킴이’를 선정한 바 있다. 우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란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한 용어라 생각된다. 다만 “디펜딩 챔피언과 맞붙었다”를 “우승지킴이와 맞붙었다”로 바꾸는 경우처럼 다소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굳이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넣지 않아도 된다면 ‘전 대회 우승팀’ 또는 ‘직전 우승팀’ 등으로 바꿔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