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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A학점 라두카누, US오픈 ‘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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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0대 돌풍의 주역인 라두카누가 US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AP=연합뉴스]

10대 돌풍의 주역인 라두카누가 US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AP=연합뉴스]

올해 1월 테니스 세계 랭킹 345위였던 에마 라두카누(19·영국)가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현재 150위인 라두카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레일라 페르난데스(19·캐나다·73위)를 1시간 51분 만에 세트 스코어 2-0(6-4, 6-3)으로 눌렀다. 예선 3경기와 본선 7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는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 맞붙는 건 남녀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3월 투어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하면서 100위 안에 들었지만, 라두카누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를 제외한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출전 경력이 세 번이 전부였다. 100위권 밖이라서 이 대회에서 예선을 3경기나 치르고 본선에 올라왔다.

페르난데스는 전 세계 1위 오사카 나오미(일본·32강전), 안젤리크 케르버(독일·16강전) 등을 이기면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 페르난데스를 라두카누가 압도했다. 사이드라인을 파고드는 정교한 샷이 빛났다. 2세트에서 슬라이딩하다가 왼 무릎이 찢어져 피를 흘리기도 했지만, 결국 라두카누는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라두카누는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을 통틀어 예선 통과자가 우승하는 첫 선수가 됐다. 2002년 11월 13일 태어난 그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8세 9개월이다.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17세 11개월) 이후 가장 어린 US오픈 챔피언이자, 2004년 윔블던 결승에 올랐던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17세) 이후 최연소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영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건 1977년 윔블던 정상에 오른 버지니아 웨이드(76·은퇴) 이래 44년 만이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라누카누에게 “이번 우승은 당신의 엄청난 노력과 헌신이 이뤄낸 결과물로 젊은 나이에 이뤄낸 엄청난 성과”라고 축전을 보냈다.

라두카누의 아버지 이안은 루마니아, 어머니 르네는 중국 출신이다. 라두카누 출생지는 캐나다 토론토였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부모가 영국으로 이주해 라두카누는 영국인이 됐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승마·골프·스키·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했다. 아홉 살에 시작한 모터크로스는 여전히 좋아한다.

그래도 라두카누가 가장 사랑한 스포츠는 테니스였다. 열세 살에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재능을 보였지만, 코트에서만 살지 않았다. 부모의 뜻에 따라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 수학 등에서 A 학점을 받았고, 중국어도 잘한다.

고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느라 라두카누는 지난 6월까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7월 윔블던에 출전한 것도 대회가 자국에서 열려 와일드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윔블던 16강에 오르면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그는 곧바로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지난 6월 2000여명이었던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는 3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라두카누는 13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23위에 오를 전망이다. US오픈 우승으로 그의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라두카누의 대답은 발랄했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전 아직 18세이니까요!”

에마 라두카누는 …

생년 : 2002년 11월 13일
: 1m75㎝
세계랭킹 : 150위
프로 데뷔 : 2018년
올 시즌 전적 : 20승 6패
올 시즌 상금 : 약 277만 달러(3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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