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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미국의 도발 함께 막자” 베트남서 방한 메시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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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팜 민 친 베트남 총리(오른쪽)이 11일 하노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을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팜 민 친 베트남 총리(오른쪽)이 11일 하노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을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는 14~15일 한국을 방문하는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을 겨냥해 “역외 세력의 간여(개입)와 도발을 공동으로 경계하고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와 함께 개최한 중국·베트남 양자 협력 지도위원회 회의에서다. 왕이 부장은 11일에는 팜민찐 총리를 만나 “외부 세력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모독과 공격을 손잡고 저지하자”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300만 회분의 추가 제공을 약속했다.

왕이 부장은 하노이에서 이틀간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와 총리·부총리·외교부장 등 당정 수뇌부와 만나 “외부 세력의 도발·간여·모독·공격”이란 강도 높은 용어를 사용해 미국을 견제했다.

왕이 부장의 베트남 메시지는 한국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예고편이다. 왕이 부장은 미·중 핵심 갈등 사안인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동결론을 내놨다. 왕이 부장은 “현재 남중국해에서 힘들게 맞이한 평화와 안정을 소중히 여겨 해상 문제를 양국 관계의 적당한 위치에 두어,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분쟁을 확대하는 일방적 행동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중국과 베트남 양국 국민이 갈등을 잘 통제하고 협력 국면을 계속 충실하게 넓힐 지혜와 능력을 갖췄다는 긍정적 신호를 발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이 최근 K팝 팬클럽 단속으로 촉발된 제2의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논란에도 비슷한 논리를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오는 15일 왕이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표면적으론 한·중 국교 수립 30주년을 맞이한 협력 강화를 의제로 회담이 열리지만, 그 이면에선 미·중 패권 경쟁 속 균형 외교와 남북 대화 등 서로의 요구 조건이 교차하는 치열한 외교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 측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남북-북·미 대화가 공전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대북 대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중국이 대북 대화의 불씨를 마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층 견고해진 북·중 밀착 국면을 앞세워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하는 한편 강경한 미국 견제 의도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군 철군을 끝으로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손을 떼며 대중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해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로선 해법 찾기가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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