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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민연금 악덕사채업” 연금 “수익에 문제나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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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강 유일 유료 교량인 일산대교 요금표.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강 유일 유료 교량인 일산대교 요금표. [연합뉴스]

요즘 일산대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3일 일산대교의 민자사업자 운영권을 회수해 10월부터 무료 통행토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민자사업자가 국민연금공단이다 보니 논쟁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일산대교를 두고 경기도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강을 가로지르는 27개의 자동차용 다리 중에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일산대교는 길이 1.84㎞의 왕복 6차로 다리로 2008년 개통했다. 대림산업,현대건설 등 민자사업자가 건설한 뒤 소유권을 경기도에 넘기는 대신 30년 동안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0, 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이 적용됐다.

다른 한강다리와 달리 통행료를 징수하다 보니 개통 초기부터 주민 반발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 일산대교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건 경기도였다.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두 번째는 비싼 통행료로 인해 원성이 자자한데도 국민연금이 이를 낮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거다. 일산대교 통행료(승용차 기준 1200원)는 ㎞당 652원으로 서울춘천고속도로(㎞당 67원)의 10배 가까이 된다.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지분 100%를 인수한 건 2009년 11월로 투자금은 2000억원가량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자체 자금을 동원했는데 이자율이 선순위 대출은 8%, 후순위채는 최대 20%에 달한다.

통상 다른 민자사업에서는 개통 이후 비싼 이자를 내던 대출금을 금리가 더 낮은 자금으로 바꾸는 자본재조달을 시행한다. 이렇게 하면 이자 부담이 낮아져서 통행료를 낮출 여력도 생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자본재조달에 소극적이다. 굳이 높은 이자 수입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데다 자칫 통행료를 낮췄다가 약정수익률(약 8%)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가 “악덕사채업자냐” 등의 비판을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산대교 공익처분으로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기대수익을 빼앗았다는 비판에 대해 이 지사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배임죄, 사기죄로 처벌받아 마땅한 불법 부도덕 행위를 옹호하고 도민 혈세 낭비를 막으려는 경기도를 비난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반발했다. 그는 “자기 회사에 돈 빌려주고 20% 고리 이자 챙기고, 이자 때문에 생긴 회사손실을 도민 세금과 통행료로 메우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라고 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다 보니 이 지사가 고심 끝에 택한 방식이 ‘공익처분’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에 지급할 보상금 규모다. 국민연금이 2038년까지 운영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최대 7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 지사는 보상금으로 2000억원가량을 언급했다.

보상액을 정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할인율이란 걸 적용한다. 일종의 이자율 개념으로 할인율이 높으면 현재가치가 줄어들고, 할인율이 낮으면 현재가치가 늘어난다.

이 지사가 언급한 2000억원은 실시협약에 따라 할인율을 8~9% 정도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보다 낮은 4~5%가 거론된다고 한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가치는 3600억원 안팎이다.

양측이 협상에서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측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약정된 수익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쪽 다 ‘배임’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처음부터 소송으로 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어떤 경우든 경기도는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야만 한다. 그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권력을 동원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국민의 노후자금에 피해를 줬다는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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