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밀어붙이는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선관위 “대리투표·분실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21.09.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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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이 9월 정기국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재외선거 우편투표제 도입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9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안소위가 안 열리면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라도 논의에 착수하겠다”며 단독 처리 가능성도 내비쳤다.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는 공관(21대 총선 기준, 전 세계 91곳)에서만 투표가 가능한 현 제도를 바꿔, 재외국민이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정책이다. 여당은 코로나19 여파로 20대 총선(41.4%)에 비해 크게 떨어진 21대 총선 재외국민 투표율(23.8%)을 우편투표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9월 중 처리’ 공언은 내년 3월 대선에서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년 대선 재외선거인 부재자 신고는 10월 10일 시작된다. 그 전에 법안을 공포·시행하려면 9월 법안 처리가 필수다.

역대 선거 재외득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역대 선거 재외득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민주당은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당리당략이 아닌 오직 국민만을 위한 사안”(한병도 원내수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재외선거 도입 이후 두 차례 대선에서 범진보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체 득표율은 41.1%(1342만여 표)였지만, 재외국민 득표율은 59.1%(13만886표)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반면에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재외득표율(7.8%, 1만7000여 표)은 전체 득표율(24.0%)에 한참 못 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은 재외득표(56.7%, 8만9192표)에서 박 전 대통령(42.8%, 6만7319표)을 크게 앞섰다. 다만 우편투표 실시로 투표율이 높아졌을 경우에도 이런 득표율 양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우편투표의 신뢰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리투표나 허위신고 문제, 국가별 우편 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따른 분실이나 배달 지연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위원의 지적이 있었다. “지금 사전투표 제도도 논란이 있는 마당에, 해외 우편투표를 어떻게 신뢰하느냐”(국민의힘 재선의원)는 말도 나온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에는 우편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도 있어 분실·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허위·대리투표 논란도 있을 수 있는데, 여건상 단속도 쉽지 않다”며 “비상 상황에서만 제한 실시하자는 게 선관위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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