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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참사 '몸통' 밝혀지나…미국 도피 5·18단체 전 회장 체포

중앙일보

입력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억대 금품을 받고 업체 선정에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왼쪽)이 석 달간 해외 도피 행각을 마치고 지난 1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진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억대 금품을 받고 업체 선정에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는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왼쪽)이 석 달간 해외 도피 행각을 마치고 지난 1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진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도피 90일…문흥식, 자진 귀국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수사 시작 직전 해외로 도피한 문흥식(61)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석 달 만에 자진 귀국하면서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찰은 재개발사업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문 전 회장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다단계식 불법 하도급과 공사 단가 하락에 따른 부실 공사 등의 비리를 규명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보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2일 "전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문흥식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현재 피의자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 전 회장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조합 비리에 관여하고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문 전 회장이 지난 11일 귀국하자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으로 이날 오후 6시10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그를 체포했다. 붕괴 참사 발생 94일 만이자 미국으로 도피한 지 90일 만이다. 지난 6월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 6월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장면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처.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중상을 입었다. 뉴스1

지난 6월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장면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처.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중상을 입었다. 뉴스1

수억원 받고 철거업체 선정 알선 혐의

앞서 경찰은 문 전 회장이 업체 선정 비리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사고 닷새 만인 지난 6월 14일 불구속 입건했지만, 그는 하루 전날 미국 시애틀로 출국했다.

경찰은 체포 직후 문 전 회장의 휴대전화와 통장 등 소지품을 압수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그에게 방호복을 입히고 수갑을 채워 광주로 압송했다. 11일 오후 10시20분쯤 광주 서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그는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현재까지 재개발 비리와 업체 선정 분야에서 문 전 회장을 포함해 조합 관계자와 공사 수주업체 관계자 등 모두 18명을 입건(1명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무리한 철거 공사가 진행된 근본적 원인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금품 수수 ▶실제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으로 인한 비상식적인 공사 대금 산정 등에 있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조합 신임 집행부 선거장에 난입한 영상 캡처. 연합뉴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조합 신임 집행부 선거장에 난입한 영상 캡처. 연합뉴스

'공범' 70대 브로커는 구속 송치 

경찰은 공사 수주업체와 브로커들 사이에 금품이 오가고, 입찰 담합 등 불법 행위가 이루어진 정황도 확인했다. 문 전 회장과 함께 업체 선정 알선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브로커 이모(74)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이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학동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공사를 희망하는 업체 3곳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고 계약 성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에게 돈을 준 철거 업체 2곳과 정비기반시설업체 1곳 모두 공사 계약을 따냈다.

이씨는 받은 돈 일부를 본인이 챙기고 일부는 문 전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가 정비기반시설업체 선정은 혼자서, 철거 업체 선정은 문 전 회장과 함께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폭 출신 개입' 의혹…문흥식, 부인

경찰에 따르면 문 전 회장은 학동을 주 무대로 활동하면서 재개발사업 등 각종 이권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그가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문 전 회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문 전 회장은 2007년 재개발·재건축 대행업 회사를 설립했고, 지난 6월 경찰 수사 착수 당시 그의 아내가 대표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내 명의를 앞세워 시공사와 철거업체 등 선정 과정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전 회장은 붕괴 사고 이전 5·18구속부상자회 내 임시총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됐다.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재개발조합 비리 몸통 찾기 주력 

경찰은 문 전 회장을 상대로 재개발조합 비리의 '몸통'과 추가 연루자들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 관계자 등 다른 피의자들은 업무상 배임과 뇌물 등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문씨는 현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 하나만 조사하고 있다"며 "앞서 송치한 브로커 이씨와 엮여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경찰청) 형사과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9명은 모두 기소됐고, 그 외 재개발조합 비리와 철거업체 금품 수수 의혹 등은 현재 수사과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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