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클럽까지 다 풀었다…4500명 확진→위드 코로나, 덴마크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1.09.12 17:24

업데이트 2021.09.12 17:29

“9월 10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접종률 높이며 점진적 봉쇄 완화
"높은 접종률이 일상 복귀 도와"

지난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최대 일간지 폴리티켄은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의 완전 해제를 이렇게 알렸다. 봉쇄 조치가 발효된 지 548일 만이었다. 신문은 이날을 “기쁨의 날, 특별한 날”로 보도했다.

지난 2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나이트클럽 앞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나이트클럽 앞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덴마크가 유럽연합(EU) 국가 최초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진입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는 이날 나이트클럽 출입을 위한 ‘디지털 백신 여권’ 제시 해제를 끝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렸던 봉쇄 조치를 모두 거둬들였다.

이에 따라 덴마크에서는 어디서든 노마스크로 돌아다녀도 되고,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2020년 3월 팬데믹 이전 일상을 되찾았다.

하루 확진자 네 자릿수 ‘석 달의 악몽’

인구 581만 명인 덴마크는지난해 3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봉쇄령을 내리고 강력한 규제를 취해 왔다. 학교와 식당은 폐쇄됐고, 공개 모임과 집회도 금지됐다. 덕분에 지난해 가을까지는 우수 방역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덴마크도 2차 대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확진자 수가 급증하더니 한 달 만에 하루 확진자가 4500명을 넘어섰다. 하루 확진자 네 자릿수는 지난 1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하루 확진자가 4500명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차츰 감소하며 11일(현지시간) 386명을 기록했다. [월드오미터]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하루 확진자가 4500명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차츰 감소하며 11일(현지시간) 386명을 기록했다. [월드오미터]

석 달 간 잡히지 않은 확산세에 누적 확진자 수는 35만1553명으로 치솟았다. 인구 500만 명대인 이웃 나라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누적 확진자 수 17만5000명, 13만2000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일대에서 스웨덴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불명예를 안았다.

봉쇄 완화는 천천히, 백신 접종은 꾸준히

그랬던 덴마크가 8개월 만에 EU 국가 중 처음으로 방역 규제 해제로 일상 회복에 도전한 것이다. 점진적인 방역 규제 완화와 높은 백신 접종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덴마크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덴마크는 지난 4월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푸는 동시에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투트랙 방식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 왔다.

당시는 하루 평균 확진자 수 600명대, 1회 이상 접종률이 성인인구의 15%를 넘어설 때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던 시기였지만, 덴마크는 방역 완화를 강행했다.

덴마크에서 지난 1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AP=연합뉴스]

덴마크에서 지난 1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AP=연합뉴스]

단 단숨에 모든 걸 풀지 않았다.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검사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72시간 내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거나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 ‘코로나 패스’가 그것이다. 레스토랑·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코로나 패스를 제시하도록 해 규제 완화와 접종률 증가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덴마크는 델타 변이발 3차 대유행에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았고, 오히려 6월 200명대까지 내려갔다. 비슷한 시기 방역 규제를 풀었던 영국이 5월 이후 다시 늘어 현재 4만 명대에 육박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 7~8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때도 봉쇄 완화를 멈추지 않았다. 백신 접종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지난 8월 중순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확진자 수는 감소해 11일 기준 하루 확진자 수는 386명까지 내려갔다.

덴마크는 백신 접종 시작 초기 영국보다 낮은 접종률을 보였지만, 꾸준히 증가해 현재 영국보다 높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덴마크는 백신 접종 시작 초기 영국보다 낮은 접종률을 보였지만, 꾸준히 증가해 현재 영국보다 높은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동시에 백신 접종률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 8일 1차 접종 완료자는 전체 16세 이상 성인 인구의 76.12%, 이 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73.45%를 기록했다. 여기에 3차 접종도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호주 디킨 대학 캐서린 베넷 교수는 “덴마크의 높은 백신 접종률이 확진자 수를 줄이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학적 접근과 투명한 공개, 정부 신뢰 높여

전문가들은 덴마크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비결로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를 꼽는다.

특히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방역 완화 이후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1~2주 단위로 계획을 세운 게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 그룹의 방역 완화 계획안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 동참하는 길을 터주었다는 것이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미카엘 뱅 피터슨은 “덴마크 정부가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이 접종률을 높인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덴마크 당국이 단계적인 방역 완화 조치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 4월 21일 야외 테라스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식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덴마크 당국이 단계적인 방역 완화 조치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 4월 21일 야외 테라스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식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덴마크 국민과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하고, 감염 취약 계층을 위해 자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공동체 의식을 보여줬다. 이에 덴마크어 위원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덴마크인들이 보여준 “공동체 의식” 또는 “사회적 사고”를 뜻하는 ‘삼푼신드(samfundssind)’를 2020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다만 덴마크 보건 당국은 방역 완화가 코로나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늦추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마우누스 휴니게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더는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면서도 “우리가 현재 좋은 상황에 있다고 해서, 전염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한 기능을 위협한다면, 정부는 신속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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