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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경고 받은 회장을 고문 추대…ABC협회 쇄신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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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BC협회 홈페이지

한국ABC협회 홈페이지

부실 공사(公査)로 기관장 경고를 받았던 한국ABC협회 이성준 전 회장이 ABC협회 상임고문으로 추대됐다.

국내 유일의 신문 부수 인증 기관인 한국ABC협회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임종건 전 서울경제신문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주홍 전 상암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회장ㆍ부회장의 임기는 11일부터 3년이다.

이 전 회장의 상임고문 추대는 이날 기타 안건으로 상정돼 표결이나 거수 과정 없이 통과됐다. 고문 추대 이유는 “ABC협회에 대한 고소ㆍ고발 사건이 여러 건 진행 중으로, 자연인으로선 대응하기 힘들다. 계류 중인 사건 처리를 위해 직책과 직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현길 ABC협회 사무국장이 밝힌 협회에 대한 고소ㆍ고발은 모두 3건으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사기ㆍ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 ▶박용학 전 ABC협회 사무국장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국수본에 고소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 등이다.

이날 총회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참석 인원을 49명으로 제한했고, 참석 대상인 1177개 회원사 중 590여 곳이 사전 위임장을 보내 총회 의장인 이 전 회장에게 표결권을 위임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3월 ABC협회의 감독기관인 문체부로부터 “부수 공사 제도의 신뢰성 상실 등 회장으로서의 부적절한 협회 운영”을 이유로 기관장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문체부는 부실 공사에 대한 내부 진정서가 접수됨에 따라 ABC협회 사무 검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 특정 신문에 대한 부수 부풀리기 정황을 확인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7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의 인증 부수에 대한 정책적 활용 배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7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의 인증 부수에 대한 정책적 활용 배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문체부는 협회 측에 ‘후임 회장 선출 절차 조속 진행’ 등 개선 조치 17건을 제시했지만, 권고 시한인 6월 말까지 이행되지 않자 결국 지난 7월 ABC 인증 부수의 정책적 활용 배제 결정을 내렸다. 인쇄 매체 정부광고 집행,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등의 기준이 돼온 ABC 부수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ABC협회에 지원했던 공적자금 잔액 45억원도 회수하기로 했다. ABC협회로선 사실상 ‘퇴출’ 선고를 받은 셈이다.

이날 총회에서 ABC협회 이사인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가 “현 위기 사태에 책임을 져야하는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추대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의결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임기가 종료된 이만우 전 부회장에 대해서만 협회 운영 자금을 회장 결재 없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책임을 물어 해임 의결했다. 지난 2019∼2020년 협회가 투자한 6억원은 현재 전액 회수한 상태다.

이 전 회장의 고문 추대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ABC협회의 쇄신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ABC협회는 아직도 제대로 된 위기의식이나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존 집행부가 전원 사퇴해도 모자를 판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성준 회장이 물러나기는커녕 고문으로 추대된 것은 자정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그동안 벌어진 부수공사와 이번 총회 결과를 보면 ABC협회가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이선영 과장은 이날 총회 직후 “ABC협회가 문체부 등록기관이나 산하기관이 아니어서 민법상 관리감독권만 갖고 있다”며 “고문 추대 등 협회 인사에는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론재단은 정책적 활용에서 배제된 ABC 부수를 대신해 활용할 지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론계 의견 수렴 과정을 11월까지 마무리 짓고 내년 1월부터 새 지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재단 측의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온라인 지수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조사보다 열독율도 중요하게 반영될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지의 입장을 감안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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