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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인데 괜찮나" 백신 안맞는 고위험군 113만명 불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후 대전 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일 오후 대전 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이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A(85)씨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다. 3월 이후 언제든지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었지만 미루고 있다. A씨가 백신을 미루는 이유는 지병 때문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해서다. A씨는 심장이 좋지 않아 대학병원에 다닌다. 심장질환은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할 대상 질병이 아닌데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자녀들이 접종을 극구 말린다. A씨는 주변에서 미접종자라고 차별할 것이 걱정돼 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

A씨처럼 기저질환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고 있는 사람이 100만명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위험군 중 코로나19 백신을 1회도 맞지 않은 사람이 112만 9357명에 달한다. 60대가 46만 3860명, 70대가 27만 6983명, 80대 이상이 38만 8514명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60대는 인구의 93.5%, 70대는 92.6%, 80세 이상은 82.8%가 1차 접종을 했다.

질병관리청이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 대상은 발열 등의 급성질환, 임종 임박, 위중·혼수 상태, 정신 상태 불량, 백신 구성 물질에 아나필락시스 등의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 적 있는 경우, 1차 접종에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확인된 경우 등이다. 주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한 환자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기저질환자도 접종 이익이 코로나19 위험보다 크다고 본다. 심지어 90세 이상 노인에게 기저질환이 있어도 접종의 이득이 크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100만명이 넘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상당수는 접종 대상에 들어간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기저질환이 있으면 오히려 다른 집단보다 먼저 접종해야 한다"며 "이상반응 걱정, 백신의 안전성 우려 때문에 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르신의 90% 이상이 접종을 받았다. 아직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의사(의지)가 없거나 접종하기 힘든 건강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다만 미국·유럽과 달리 종교나 신념을 내세워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은 드문 것으로 추정된다.

접종 관련 사망자가 기저질환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도 60세 이상이 접종 기피 요인이다. 2월 말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598명이 숨졌고, 이 중 568명(95%)에게 기저질환이 있었다. 30명(5%)은 없었다. 질병청이 "기저질환이 있으면 먼저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한편으로는 백신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망자의 95%가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게 고위험군을 헷갈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어떡하든 간에 60세 이상 고위험군 중 미접종자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하기 위해 고위험군의 감염률, 중증화율, 사망률을 줄이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위험군 미접종자 설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코로나19중앙임상위원장)는 "60세 미만 대상 접종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60세 이상 고위험군 미접종자에게 먼저 접종하고, 2차 접종을 서두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아직 접종을 망설이는 어르신에 대해 접종 기회를 제공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과학적 근거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서 접종의 효과, 이상반응 조사 결과 등을 꾸준히 설명해서 미접종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60~74세 고위험군의 해당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인데, 일부는 혈전증 우려 때문에 접종을 기피한다. AZ 백신 계약 물량을 거의 다 사용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맞히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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