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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간다" 구명조끼 없이 사라진 해양경찰...CCTV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해양경찰이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서특단 소속 해양경찰관을 찾기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지난 11일 해양경찰이 인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서특단 소속 해양경찰관을 찾기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20대 해양경찰관이 서해 북단 인천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함정 근무 중 실종돼 해양경찰이 사흘째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은 A 순경(27)이 실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경, 실족에 무게 두고 수색

1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500t급 해경 경비함정 518함에서 중부지방해경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A 순경이 실종됐다. 24명이 승선한 518함은 지난 8일부터 서해 해상순찰을 하던 중이었다. 4박 5일 일정으로 오는 12일쯤 복귀할 계획이었다. 10일 함정 기관실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A 순경은 오후 1시쯤 동료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비웠다. 함정이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동단으로 30㎞ 떨어진 지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당시 A 순경은 함정 1층에 있는 화장실에 들른 뒤 함정 뒤쪽으로 이동했다. 함정 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된 A 순경의 선내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가 CCTV 사각지대로 이동하면서 이후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약 30분이 지났는데도 A 순경이 기관실로 돌아오지 않자 동료들은 경비함정 내부를 수색했다. A 순경의 근무시간은 이날 오후 4시까지였다. 함정 내에서 A 순경이 발견되지 않자 해경은 경비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소청도 인근 해상 수색에 나섰다.

복장·정황 고려해 실족에 무게

1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 함정이 실종된 20대 해양경찰관 A 순경을 찾기 위해 야간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1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 함정이 실종된 20대 해양경찰관 A 순경을 찾기 위해 야간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해경은 실종 당시 A 순경의 복장과 정황 등을 볼 때 그가 10일 오후 1시~1시 30분 사이 함정 내에서 실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서특단에 배치된 A 순경은 518함에서 기관실 운영 업무를 맡았다. 실종 당시 평소처럼 서특단 근무복을 입었지만,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명조끼 등 바다에서 사용할 물품 등을 가지고 사라진 게 아니라 실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해경의 판단이다. 선내에서 A 순경의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 다만 A 순경이 화장실을 다녀온 뒤 곧장 지하 기관실로 복귀하지 않고 함정 뒤편으로 이동한 점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해경은 실종 당일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함선 내 CCTV 영상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CCTV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아 당시 A 순경의 표정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실종자 수색에 우선순위로 두고 수색 작업이 끝나는 데로 현장실황조사를 할 예정이다.

앞서 해경은 사고 해역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9㎞가량 떨어진 점을 고려해 북한과 중국에도 사고 사실을 알리고 수색과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해경 관계자는 “수색 작업이 끝나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선박과 조업 어선에도 협조를 요청해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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