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산대교 무료화 강공…“국민연금, 배임·사기죄로 처벌 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1.09.12 12:35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의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전국 지자체 첫 ‘공익처분’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란이 일자, 강공에 나섰다.

“도민 혈세 낭비 막으려는 경기도 비난하는 게 옳은가”  

이 지사는 12일 경기도의 일산대교 공익처분으로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기대수익을 빼앗았다는 비판에 대해 “배임죄, 사기죄로 처벌받아 마땅한 불법 부도덕 행위를 옹호하고 도민 혈세 낭비를 막으려는 경기도를 비난하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회사에 돈 빌려주고 20% 고리 이자 챙기고, 이자 때문에 생긴 회사손실을 도민 세금과 통행료로 메우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국민연금 기대수익의 실체를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일산대교는 28개 한강 다리 가운데 유일한 유료다리다. km당 요금(652원)이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109원)의 5배, 천안~논산 간 민자고속도로(59.7원)의 11배나 된다. 일산대교를 오가는 국민이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캡처

“경기도민들에겐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세금까지 뜯어”  

그는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일산대교(주)의 단독주주인 동시에 자기대출 형태로 사채 수준 고리대출을 한 채권자이고, 단독주주가 통행료 수입에서 고리대출 이자를 떼고, 손실이 났다며 통행료를 올리고 도민 세금으로 수익보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한마디로 왼손이 본인 오른손에 돈 빌려주고, 오른손으로부터 고율의 이자를 받으면서 수익이 적다고, 이용자에겐 통행료 올려 받고, 경기도민들에겐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세금까지 뜯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오전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준 고양시장(왼쪽부터). 경기도

지난 3일 오전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최종환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준 고양시장(왼쪽부터). 경기도

이 지사는 “일반 사기업도 공공재인 도로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한다면 문제인데, 공공기관이 이런 행위를 해서야 되겠는가. 8%~20%의 초고리 이자를 내고 손해 봤다면서 세금으로 수익보장 지원을 또 받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3% 이자면 얼마든지 빌릴 수 있는데 8%, 20% 사채급 이자 주고 돈 빌리는 거, 배임죄 아닌가요. 이자 명목으로 빼내 수익을 줄이고, 손해 봤다고 속여 도민 세금으로 수입 보전받는 거, 사기 아닙니까”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국민연금은 손해 보지 않았고, 공익처분해도 손해 볼 일 없다.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받은 투자회수금은 이미 건설비를 초과했고, 2020년 말 기준 총 2200억원의 이익을 얻었는데, 이는 2009년 인수비용 2500억원에 300억원 모자란 정도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 3일 오전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네번째)와 파주시장, 김포시장, 고양시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

지난 3일 오전 일산대교에서 열린 ‘일산대교 공익처분 계획 합동 브리핑’.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네번째)와 파주시장, 김포시장, 고양시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

공익의 횡포? 민간의 욕심? 국민의 손해?  

이와 관련, 민간자본 투자시설 사업자의 운영권을 지자체장이 회수하는 결정이 민자사업의 논리를 무시했다는 비판과 시민의 교통기본권을 위한 결정이라는 지지 여론 등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일산대교(주)의 단독주주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공익처분으로 국민 노후자금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7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내야하는 일산대교. 지난 2월 3일 출근시간대 일산대교 모습. 김포시

27개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내야하는 일산대교. 지난 2월 3일 출근시간대 일산대교 모습. 김포시

정치권 “국민을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들어”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수레를 끄는 소를 잡아먹자는 ‘신공’ 수준의 메타 포퓰리즘을 선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민의 표를 구걸하기 위해 국민 모두의 미래를 위한 국민연금의 손해와 맞바꾼 것”이라며 “국민을 졸지에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들었다”라고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생색은 자기가 내고 비용은 모든 국민이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라면서다.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강 유일 유료교량 일산대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학계 “사업자 정당한 대가를 정치 논리 뒤집어”  

학계에서는 불확실성을 감수한 사업자의 정당한 대가를 정치 논리가 뒤집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산대교가 첫 삽을 뜰 당시 사업이 수익을 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감수한 사업자의 정당한 수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산대교 주식회사는 8년간 손실을 감내하다가 2017년부터 수익을 냈다”며 ”이 지사는 겨우 불황터널을 지나 수익을 내려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공익처분이 내려진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산대교㈜ 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권 회수를 선언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경기도가 기존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정당하게 보상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공익처분에 따른 보상비용을 2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오전 8시쯤 출근시간대 일산대교 요금소 모습. 전익진 기자

지난 3월 9일 오전 8시쯤 출근시간대 일산대교 요금소 모습. 전익진 기자

대다수 경기도민이 찬성했다는 경기도 측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는 계약에 여론으로 개입해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건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 “합리적 방안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  

국민연금공단 측은 “전 국민의 노후자산인 기금의 운용수익을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수탁자의 지위이기 때문에 기금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을 내리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 만약 경기도가 기대수익률보다 낮은 손실보상금을 제시하면 거부할 수밖에 없어서 소송전으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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