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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에선 소상공인 위한다며…한 쪽선 벌써부터 예산 삭감

중앙일보

입력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일부 소상공인 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소상공인의 막막함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게 정부의 관측이지만, 소상공인의 시각은 다르다. 누적된 피해에 당분간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소상공인 지원 예산으로 총 3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직접 지원하는 손실보상금이다.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손실보상금 1조원, 내년에는 1조8000억원을 준비했다.

손실보상금 부족 우려에 홍남기 “예비비라도 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손실보상금 특성상 소상공인에 내려지는 방역 조치가 길고 강할수록 나가는 돈도 커질 수밖에 없다. 2차 추경으로 만든 1조원은 올해 3분기(7~9월)의 손실을 보상할 돈이고, 내년 예산에 반영한 1조8000억원은 올해 4분기(10~12월)와 내년 1분기(1~3월)에 발생할 손실을 보상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올해 10월 전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쳤을 때를 가정해 계산한 액수다.

계속되는 방역 조치에 손실보상금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누적액이 1조5000억원이 될지, 1조8000억원이 될지, 2조5000억원이 될지 (모르겠지만) 산정해서 나오는 금액으로 정부는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며 “내년 손실보상금 예산이 적다면 기존 예산이나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산정된 보상금을 차질 없이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슬슬 줄이기 시작

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농협 앞에서 시민들이 포항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농협 앞에서 시민들이 포항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정부는 내년에도 소상공인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사업은 재정 정상화를 이유로 축소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올해 1조522억원에서 내년 2403억원으로 77.2% 대폭 삭감했다. 이에 따라 올해 20조원을 넘겼던 상품권 발행액은 내년에는 6조원 규모로 줄어든다.

정부가 현재 지급하고 있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의 사용처를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정했을 정도로 소상공인 매출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의 중요도는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자영업자 단체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지역화폐의 효과를 생생하게 체험했다”며 여야에 관련 예산을 올해 수준으로 복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0일 대통령 선거 공약 발표회에서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끝난 걸 전제로 ‘이건 코로나 대응 예산이니 내년엔 대폭 삭감하겠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긴급 금융 지원도 축소한다. 소상공인 융자지원 예산을 올해 4조1000억원에서 내년 3조6000억원 규모로, 긴급경영안정자금 예산도 8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줄인다. 대신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의 저신용 소상공인에는 1.9% 금리로 1000만원의 융자를 지원하는 예산 7000억원은 새로 반영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위기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곳간지기’ 기재부가 경기 회복을 기대해 재정 지출 정상화에 발 빠르게 나선 모습이지만, 전문가는 소상공인의 내년 사업에 불확실성이 여전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동안 빚으로 버텨온 소상공인이 많은데, 코로나가 사라져도 소상공인이 이미 진 빚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경기가 회복해도 빚 때문에 소비와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이른바 ‘빚 후유증’을 겪지 않으려면 소상공인의 매출을 보전하고 정책금융 지원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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