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관위도 문제 있다는데…재외국민 우편투표 밀어붙이는 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9월내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공식화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9월내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공식화했다. 뉴스1

재외국민 우편투표제 도입이 9월 정기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재외선거 우편 투표제 도입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9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법안소위가 안 열리면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라도 논의에 착수하겠다”며 단독 처리 가능성도 내비쳤다.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는 공관(21대 총선 기준, 전세계 91곳)에서만 투표가 가능한 현 제도를 바꿔, 재외국민들이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정책이다. 여당은 코로나19 여파로 20대 총선(41.4%)에 비해 반토막 난 재외선거 투표율(21대 총선 기준, 23.8%)을 우편투표제 실시로 끌어올리겠다고 보고 있다.

‘9월중 처리’ 공언은 내년 대선에서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내년 대선의 재외선거인 부재자 신고는 10월 10일 시작된다. 그 전에 법안을 공포·시행하려면 9월 법안 처리가 필수다.

여권에 유리했던 역대 재외선거, 추세 유지될까

역대 선거 재외득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역대 선거 재외득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민주당에선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당리당략이 아닌 오직 국민만을 위한 사안”(한병도 원내수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재외선거 정당·후보별 득표율을 보면 범진보 계열 정당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외선거 도입 이후 실시된 두 차례 대선에서 범진보 쏠림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체 득표율은 41.1%(1342만여표)였지만, 재외득표율은 59.1%(13만886표)로 과반을 훌쩍 넘었다. 반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의 재외득표율(7.8%, 1만7000여표)은 전체 득표율(24.0%)에 한참 못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은 재외득표(56.7%, 8만9192표)에서는 박 전 대통령(42.8%, 6만7319표)를 크게 앞섰다.

다만 우편투표 실시로 투표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경우에도 이런 득표율 양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월12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법안 통과에 대해 원론적 합의를 한 상태지만, 원내지도부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당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율이 올라가면 득표율 분포도 달라질 거란 시각과 그렇지 않을 거란 회의론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대리투표·허위신고, 신뢰도 논란 핵심 쟁점 부상할 듯

2017년 대선 당시 재외투표지의 국내회송을 위한 분류작업이 2일 인천시 운서동 국제물류센터에서 진행되는 모습. 외교행남을 이용해 국내로 들어온 투표지는 국내등기우편으로 접수돼 재외선거인들의 주소지 시.군.구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된다. 중앙포토

2017년 대선 당시 재외투표지의 국내회송을 위한 분류작업이 2일 인천시 운서동 국제물류센터에서 진행되는 모습. 외교행남을 이용해 국내로 들어온 투표지는 국내등기우편으로 접수돼 재외선거인들의 주소지 시.군.구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된다. 중앙포토

논의 과정에서 실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건 신뢰도 문제다. 지난 8월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리투표나 허위신고 문제, 국가별 우편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따른 분실이나 배달지연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위원의 지적이 나왓다. 야당에서도 “지금 사전투표 제도도 논란이 있는 마당에, 해외 우편투표를 어떻게 신뢰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국민의힘 재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선관위에서도 “재외국민 우편투표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외에는 우리나라처럼 우편 시스템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곳도 있어 분실·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허위·대리투표 논란도 있을 수 있는데, 여건상 단속도 쉽지 않다”며 “비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하자는 게 선관위 의견”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