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장비들고 카메라 켰다, 코로나 캠퍼스 슬기로운 동아리

중앙일보

입력 2021.09.12 06:00

건국대 목공예 동아리 '목방'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으로 줌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목방

건국대 목공예 동아리 '목방'은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으로 줌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목방

“이제 동아리는 사실상 친목보다는 본래 동아리 주제에 더 집중하는 곳이 된 것 같아요.”

건국대 20학번 여시경씨는 목공예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2년째 동아리 멤버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대신 줌(zoom)을 통해 목공 기술을 배우고 키트를 배송받아 집에서 만드는 방법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여씨는 “첫 온라인 학습회에서 나무 종류에는 뭐가 있는지, 도구는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을 듣고, 각자 집에서 목공예 키트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며 “전에는 친목을 쌓는 게 동아리들의 주목적이었다면, 이젠 오히려 공간의 제약도 덜하고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여 취미 생활을 이어가는 식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학 동아리 활동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동아리방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학교 측이 출입을 막은 데다 방역으로 인한 인원 제한으로 다수가 모일 수 없어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대학생들은 ‘비대면’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비대면 공연, 오히려 인지도 올라”

고려대 락밴드 동아리 '크림슨'은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하지 못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 캡처

고려대 락밴드 동아리 '크림슨'은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하지 못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 캡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는 동아리는 코로나19 상황이 더 혹독하게 다가왔다. 대면 공연이 원천적으로 막혔고 다 같이 모여서 연습을 할 수도 없다. 고려대 락밴드 동아리 ‘크림슨’ 대표 김서연(20)씨는 “밴드는 많은 사람들앞에서 공연하는 게 목적인데 그걸 못하게 되니 상실감이 컸다”면서 “지난해엔 합주라도 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인원 제한으로 더는 다같이 모여 합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곡을 선정해 커버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방식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은 평소 ‘하드한 락만 연주한다’는 편견을 깨고 일반 학우들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씨는 “비대면으로라도 꾸준히 활동하니 학우들 사이에서는 영상을 통해 인지도가 좀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기존의 락밴드라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동아리 밖 사람들과 소통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학생지원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학기 ‘동아리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에는 25개 동아리가 참가해 결과보고서를 제출했으며 각 동아리에 최대 3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유튜브 ‘좋아요’로 승부 가린 대항전

건국대와 세종대는 ‘광진구점령전’ 시즌1을 비대면으로 치렀다. 유튜브 캡처

건국대와 세종대는 ‘광진구점령전’ 시즌1을 비대면으로 치렀다. 유튜브 캡처

학교별 대항전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큰 호응을 얻은 사례도 있다. 최근 건국대와 세종대는 ‘광진구점령전’ 시즌1을 비대면으로 치렀다. 이는 두 학교가 위치한 광진구 지역 동(洞)마다 종목을 지정하고 이기는 학교가 해당 지역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행사에는 두 대학에 소속된 총 25개의 동아리가 참여했다.

대항전은 E-스포츠, 프로그래밍, 힙합 디스전 등 비대면 종목만 진행됐다. 세종대는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경기와 프로그래밍에서 승리했다. 특히 미리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올려 ‘좋아요’ 수 합산 결과로 승리를 결정한 랩 배틀에서는 건국대 동아리 ‘워너패밀리’가 큰 호응을 얻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음반 예비구매자”“이건 진짜 프로 같다. 아마추어 느낌도 없고 영상미도 레알”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건국대 학생 김모씨는 “수업이 모두 비대면이 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소속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직접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돼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세종대 동아리연합회 소속 이하은씨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우분들이 대항전에 많은 관심을 주어 큰 힘이 됐다. 이번 대항전을 기반으로 (대면으로 진행되는) 시즌2는 더욱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준비해 좋은 행사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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