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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경고' 무시했던 청년구단 재도전, 이번엔 음식 버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음식점 대신 문화 산업 업종 입주키로
개점 4년 만에 모두 문을 닫은 대전 전통시장 청년몰(청년구단)이 종전과 다른 업종으로 재기에 나선다. 음식점 중심에서 이번엔 문화 콘텐트 관련 업종이 입점한다.

청년구단 점포가 입점했던 전통시장 건물(중앙 메가프라자) 옥상에 대형 냄비가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년구단 점포가 입점했던 전통시장 건물(중앙 메가프라자) 옥상에 대형 냄비가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시 동구 원동 전통시장(중앙메가프라자)에 자리 잡은 청년구단에는 8개 점포가 새로 들어오기로 최근 확정됐다. 스튜디오 운영, 이벤트와 행사 기획, 온라인 콘텐트 제작, 음악회 등을 하는 업체다.

이들 업체는 대전문화예술네트워크 협동조합을 만들어 오는 10월 한꺼번에 입점한다. 종전 입점했던 음식점 업주와 마찬가지로 39세 이하 청년들이다. 입점 업체에는 일부 창업자와 대전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하던 곳이 섞여 있다. 청년구단에는 올해 연말까지 6~7개 점포가 더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협동조합 측은 예상한다.

전통시장 홍보 유튜브 방송하기로 
이들 업체는 앞으로 이곳 전통 시장 홍보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등으로 홍보한다. 또 전통시장 한복 판매점 등과 손잡고 한복 패션쇼도 한다. 시장 내 상품을 홈쇼핑 형태로 소개하기도 한다. 오는 11월에는 오페라 축제도 열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월 16만5000원의 임대료를 관할 지자체에 납부한다. 점포 리모델링은 업주들이 모은 4000여만 원으로 해결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종전 입점 업체와 달리 임대료 1년간 면제 등 지자체 등 예산 지원은 없다”고 했다.

대전시 동구 원동 중앙메가프라자에 청년구단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동구 원동 중앙메가프라자에 청년구단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유영선 대전문화예술네트워크 협동조합장은 “이번에 청년구단에 들어서는 점포는 문화를 테마로 한 콘텐트를 생산하는 만큼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활동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낙후된 지역 문화예술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청년구단 20개 음식점 모두 폐업 
청년구단은 2017년 6월 출범했다. 당시 20개 점포에 20~30대 청년이 음식점을 열었다. 음식점 메뉴는 커피·파스타·막걸리·스테이크밥·철판요리·초밥·치킨브리또 등이었다. 청년구단에는 국비 7억5000만원과 대전시 예산 등 총 20억원이 투입됐다.

투입된 예산 대부분은 점포 리모델링과 무인 공동 결재 시스템, 냉난방기, 엘리베이터 등 시설물 설치에 쓰였다. 또 청년몰이 입주한 건물 옥상에는 9200만원을 들여 초대형 냄비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냄비는 가로 3.82m, 세로 2.54m이며 뚜껑도 덮여 있다.

청년구단(청년몰)이 입주해 있는 대전시 동구 원동 전통시장 건물. 프리랜서 김성태

청년구단(청년몰)이 입주해 있는 대전시 동구 원동 전통시장 건물.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청년구단은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리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원도심에 있는 데다 인근에 한복 점포 등 음식점과 성격이 맞지 않는 업종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리적 한계가 있고 주변 상권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구단은 출범 1년 만인 2018년에 8개 점포가 매출 부진 등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나머지 입주업체 10여곳도 한두곳씩 문을 닫다가 지난 5월 모두 폐업하거나 이곳을 떠났다.

백종원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 "2~3년안에 주저앉을 것"경고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도 청년구단 미래를 비관적으로 봤다. 2018년 8월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에서 백종원은 "한 가게에서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면 다른 가게와 중복되기 때문에 그 청년몰은 끝난 셈이다. 반드시 2~3년 있으면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포 사장들을 전원 소집해 임대료가 적은 데도, 높은 가격을 책정한 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백종원은 첫 방문 이후 1년 뒤 기습점검 차원에서 청년구단을 다시 찾았다. 청년구단 점포는 점포당 평균 3~4개 메뉴를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백종원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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