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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5만명 몰렸다, 코로나 뚫은 '31g 은화'의 힘[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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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코로나 불황과 은화 마케팅

영남 알프스 중 가지산에 오른 등산객 최미미씨가 인증샷을 찍어 울주군에 보냈다. [사진 울주군]

영남 알프스 중 가지산에 오른 등산객 최미미씨가 인증샷을 찍어 울주군에 보냈다. [사진 울주군]

“순도 99.9%의 은(Ag). 지름 38㎜에 무게는 31.1g,”

각종 스포츠경기 후 걸어주는 은메달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른바 ‘영남 알프스’ 9봉 완등을 기념하는 은화의 면면입니다.

영남 알프스는 울산의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등 7개 봉과 경북 경주의 문복산(1051m), 경남 밀양의 재약산(1108m) 등을 합친 9개 봉우리를 말합니다. “유럽 알프스의 경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근 영남 알프스를 전국에 알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9개 봉 완등자에게 주어지는 기념은화로 촉발된 일입니다. 영남 알스프 봉우리 중 하나인 가지산이 그려진 은화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등반객이 몰린 겁니다.

“9개봉 완등자, 6만5000원 상당 은화 증정”

울주군이 증정하는 영남 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 [사진 울주군]

울주군이 증정하는 영남 알프스 완등 기념 은화. [사진 울주군]

울주군은 올해 9개 봉 완등자에게 개당 6만5000원 상당의 은화를 증정해왔답니다. 등반객이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은 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영남알프스완등’에 보내는 방식입니다.

이후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영남 알프스’와 관련된 글이 쏟아졌습니다. ‘영남 알프스를 모두 오르고 은화 받았어요’, ‘영남 알프스 최단코스를 공유합니다’ 같은 내용입니다. 등산객의 입장에선 등산도 즐기고 은화도 받아 일석이조라는 반응이 나온 겁니다.

원래 영남 알프스 중에서도 간월재 일대는 억새 군락지가 특히 유명합니다. 매년 가을철이면 인파가 몰렸던 터에 올해는 “줄 서서 등산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정상에 발 디딜 틈이 없다”는 후기도 들립니다.

영남알프스 간월재 억새. [사진 울주군]

영남알프스 간월재 억새. [사진 울주군]

8월까지 5만명 완등…상인들 “경기 숨통”  

일단 상인을 비롯한 울주군민들은 반겼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모처럼 관광객들을 구경하게 된 겁니다. 울주군 또한 지역 상권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되는 걸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답니다.

울주군의 묘책은 얼마 가지 않아 발목이 잡힙니다. 올해 예정했던 은화제작 예산 7억 원이 일찌감치 소진된 겁니다. 당초 올해 3만 명의 완등을 예상했으나 이미 8월까지 5만 명이 넘게 완등을 한 여파입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총 완등 인증자(1만653명)보다 5배가량 늘어난 규모 입니다.

고심 끝에 울주군은 최근 2차 추경안에 은화 제작을 위한 13억 원을 추가로 편성했습니다. 은화제작 비용보다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 겁니다.

영남 알프스 간월재 억새. [사진 울주군]

영남 알프스 간월재 억새. [사진 울주군]

“매년 20억원 투입은 안될 말” 군의회 제동

그러나 이번엔 군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섭니다. 울주군의원들 사이에서 예산 증액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벌어진 겁니다. “예산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매년 20억 원을 은화에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반대입니다.

울주군은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은화제작 비용을 줄이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호재를 이어갈 해법을 찾아 나선 겁니다. 일각에선 “순은 대신에 백동화에 은을 도금해 단가를 줄이자”는 일종의 고육지책까지 나왔답니다.

8일 은화 추가 제작예산 13억원 군의회 통과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사면초가에 처한 울주군에 반가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과도한 예산 편성”이라며 반대하던 군의회가 심의 끝에 추경예산안에 13억 원을 추가 편성한 겁니다. 울주군의회에 따르면 지난 8일 본회의를 열고 은화 추가제작 예산을 삭감 없이 통과시켰답니다.

울주군 입장에선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습니다. “올해 완등객 모두에게 은화를 주겠다”던 약속을 지킬 순 있어서입니다. “왜 우리만 은화를 주지 않는거냐”고 발끈했던 후발 등산객들의 불만도 줄어들 듯합니다.

일각에선 “울주군이 군의회를 설득한 보람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카드가 자칫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 있어서입니다. 영남 알프스를 전국에 각인시킨 은화 마케팅이 언제까지 위력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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