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여성이 편해야 지역이 산다’ 여성 친화적인 상주

중앙일보

입력 2021.09.11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99)  

귀촌여지도⑦ 경상북도 편

가을이다. KTX를 청량리에서 탔다. 시원하게 안동까지 연결이 된다. 새로 개통이 된 KTX 이음은 무엇보다 승하차할 때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서 편하다. 참 빠르다. 경상북도 내륙이 많이 가까워졌다.

영주에 내렸다. 영주를 비롯한 이 일대의 안동, 예천, 의성은 양반의 도시, 선비의 도시라 부르는 곳이다. 온 국민이 양반이라고 주장하는 요즈음에는 다들 이 도시를 방문할 때 마음이 다를 것이다. 이 지역에 오면 안동, 영주, 예천 등지를 한번에 여행한다. 지역의 특성이 유교 문화를 담고 있어서 그렇다. 물론 경상북도 전체가 조선의 훌륭한 유교문화가 잘 계승되어 있다.

경북 예천 금당실 마을. [사진 김성주]

경북 예천 금당실 마을. [사진 김성주]

이 지역은 전통 마을 중심으로 귀농·귀촌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금당실 마을, 영주의 무섬마을이 대표적이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마을에 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특히 한옥 고택이 주는 매력이 크다. 기왕이면 퇴계 이황처럼 살고 싶지 않은가. 꼭 고택 방문을 해 보기 바란다. 퇴계 선생도 귀농·귀촌의 원조이다. 관직에 임했다가 사직하기를 몇 번 거듭하며 한양과 고향을 오가는 귀농·귀촌 생활을 했다.

안동에서 동쪽으로 가면 역시 귀농·귀촌지인 봉화와 영양, 청송이 나온다. 이 지역은 울창한 숲을 자랑하고 청정 자연을 자랑한다. 오지라는 뜻이다. 지금이야 마음먹으면 기차 타고 고속도로로 가지만 예전에는 서울 기준으로 8시간은 생각하고 갔던 곳이다.

오래전 용인의 큰 놀이공원에서 근무할 때이다. 1990년대 말쯤 기업이나 공기관에서는 친절 서비스 교육에 관심이 많을 때였다. 봉화 공무원들이 용인의 놀이공원까지 서비스 교육을 받으러 7시간을 달려왔다. 해마다 너무 수고하며 오길래, 배려하는 차원에서 우리가 강사를 봉화로 보낼 테니 오는 수고를 하지 말라 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펄쩍 뛰면서 그런 말 말라고 한다. 이유인즉슨, 해마다 모범 공무원들을 뽑아 1년에 한 번 용인의 테마파크로 와서 숙박하며 서비스 교육에 참여하는데, 외진 곳에서 멋진 곳으로 와 교육도 받고 놀이기구도 타고 쉬는 것이 일종의 낙이란다.

청송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영덕으로 가면 동쪽 끝으로 바다가 나온다. 지금은 상주에서부터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무척 빠르다. 영덕의 바다는 늘 파랗고 아늑하다. 특히 대게가 잘 나는 곳이라 겨울이면 동해 대게를 먹으러 많이 온다. 영덕의 내륙은 자두 농사가 흥하고 해안은 어업이 흥하다. 강구항은 ‘영덕 대게 마을’이 형성이 되어 있다. 20년 전 정보화 마을로 시작해 지금도 어촌 체험 마을로 잘 운영이 되고 있다. 어촌의 가게는 농촌의 농장과 다름없다. 조업하면서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해야 생활이 된단다. 대게를 먹는 식문화는 고려 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문경 오미자 농장 청화원의 쌍절곤 강의. [사진 김성주]

문경 오미자 농장 청화원의 쌍절곤 강의. [사진 김성주]

문경과 상주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 걸쳐 있다. 예전의 문경은 탄광사업이 번창해 인구가 제법 많았다. 저력이 있는 도시라 문경읍과 점촌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있고, 오미자 등 특산물이 나온다. 문경을 희망하는 이들은 오미자 농사를 지으려 생각한다. 그렇다면 문경에는 ‘청화원’이라는 오미자 농장을 추천한다. 농장 대표는 유치원 교사 출신의 젊은 귀농 여성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하는데 아버지가 무술인이다.

전통 무예를 연마하신 내공이 깊으신 분이라 만나면 무예와 무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필자는 무예에 대하여 전혀 모르지만, 무협지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말씀을 듣는다. 너무 재미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쟁쟁한 무예의 고수들이 있단다. 평범하게 사범 생활을 하며 내공을 감추고 있단다. 본인도 그 중의 한명이며 오미자 농부를 하고 있단다. 실제로 무예가 출중해서 문경의 학생들은 농장에 와서 태권도의 기본 합을 배우고 활을 쏘고 쌍절곤을 휘둘러 본다. 그리고 농장 대표인 이소희 소장에게 후삼국 시대 견훤의 이야기를 듣는다. 견훤이 문경에 자랐다. 밥도 삼국시대 난리 통에 먹었을 주먹밥을 내준다. 그래서 필자는 이 농장을 ‘역사 농장’이라 부른다. 지금은 전통 밥상이 일품이다. 6차산업 선도 농가이니 들을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견훤왕의 호연지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김성주]

견훤왕의 호연지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김성주]

상주는 여성 친화적 도시를 내세운다. 여성이 편해야 지역이 살고 인구가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 농업인이 아이를 낳으면 육아에 전념하도록 영농 도우미를 파견해 준다. 발상이 좋다.

경상북도의 대도시는 대구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시·군이 자리 잡고 있다. 구미, 김천, 고령, 군위, 영천, 칠곡 경산, 성주 등이다. 대구가 소비력이 큰 도시라 이 지역의 농산물은 대구에서 많이 소비한다. 그리고 대구와 인근 시·군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아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을 이루고 있다.

대구는 사과로 유명하다. 아니 유명했다. 대구 능금은 지금은 찾기 어려운 품종이지만 그래도 대구의 능금과 사과는 전국적으로 알아준다. 아무리 기후 변화로 사과 재배지가 중북부로 이동했다 해도 안동과 청송의 사과를 더 쳐준다. 맛도 좋지만 브랜드의 힘이 더 좋다.

고령 개실 마을은 한옥과 딸기가 유명하다. [사진 김성주]

고령 개실 마을은 한옥과 딸기가 유명하다. [사진 김성주]

양반 문화를 체험하며 딸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마을이 대구 옆 고령이다. 개실 마을은 한옥과 딸기로 유명하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옥들이 낡았으나 주민들이 심기일전해 마을 살리기에 나서 성공했다. 모든 가옥이 민박이 가능하고 체험이 가능하다. 할머니들의 한과 솜씨는 최고다. 개실 마을은 도시로 갔던 후손들이 돌아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진동하는 마을 만들기’가 성공했다. 차를 좋아한다면 개실 마을을 추천한다. 개실 마을의 선조는 조선 중기 영남학파의 영수 점필재 김종직이다. 점필재는 함양 군수 시절 재배하지도 않은 차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조정의 부조리에 맞서 싸웠다. 그는 아예 다원을 차려 차나무 대량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함양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차가 번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실 마을의 한옥. [사진 김성주]

개실 마을의 한옥. [사진 김성주]

경상북도에는 농업과 어업, 축산업이 모두 발달하고 농지가 대부분을 차지해도 농업 지역이라 생각되지 않는 도시가 있다. 경주다. 경주는 한국인에게는 신라 천 년의 고도이자, 수학여행의 아련한 추억이 어린 곳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힙한 여행지이다. 주말에 경주 시내 대릉원 쪽을 가보라. 황리단길이라 불리는 골목들 안에 남녀노소가 관광을 즐기고 있다.

면적으로 전국 5번째로 넓은 경주는 귀농·귀촌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좋은 기후로 농사가 잘되고 축산업도 발달하고 동해안 지역은 어업이 잘 된다. 기왕이면 농업 인프라와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좋은데 경주가 제격이다. 크게 확장해서 보면 경북의 시·군들 모두 교통, 의료, 문화,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도시마다 큰 병원과 대학교가 있고 철도와 도로가 잘 놓여 있다. 경상북도가 귀농·귀촌 유입 인구 1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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