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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이혼소송 중 아내 ‘부정행위’에 충격…그 남자 무슨 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26)

부부는 법률상 동거하고 서로 부양하며 협조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부부공동생활로서의 결혼관계가 유지되도록 협력할 의무를 진다. [사진 pxhere]

부부는 법률상 동거하고 서로 부양하며 협조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부부공동생활로서의 결혼관계가 유지되도록 협력할 의무를 진다. [사진 pxhere]

아내 A와 남편 B는 2002년 결혼해 두 자녀를 두었다. A와 B는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혼인 초부터 계속 불화를 겪어 왔는데, A는 2014년 2월경 B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자녀들을 남겨둔 채 가출함으로써 별거가 시작되었다. 남편 B는 A가 가출한 이후에도 A를 설득하거나 부부관계를 회복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A를 비난하면서 지내오다가, 2018년 4월경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서 B가 승소하여 이혼판결이 선고되었는데, A가 항소하면서 자신도 이혼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고, 결국 각각의 이혼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져서 2020년 이혼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A는 가출 후인 2016년 봄 등산모임에서 C를 알게 되어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고 여러 차례 금전거래도 하면서 친밀하게 지내왔다. C는 A와 B의 이혼재판이 한참 진행중이던 2019년 1월의 어느 날 밤 A가 홀로 지내는 서울 서초구 소재 주택에 찾아가 A와 키스하고 몸을 애무하였는데, 당시 밖에 있던 B가 출입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두게 되었다. 남편 B는 C가 아내인 A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C에 대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하였다. 이 청구는 받아들여졌을까?

부부는 법률상 동거하고 서로 부양하며 협조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부부는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부부공동생활로서의 결혼관계가 유지되도록 서로 협력할 폭넓은 의무를 진다. 이러한 부부의 동거의무 또는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에는 부정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성적 충실’ 또는 ‘정조 의무’가 포함된다. 따라서 부부 중 한쪽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고, 부정행위를 한 쪽은 그로 인해 상대방이 입게 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여기서의 ‘부정행위’는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폐지된 ‘간통죄’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법원은 부부 중 한쪽이 제3자와 간음한 경우는 물론, 간음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남녀가 같은 방안에서 속옷만 걸친 채 발각되거나, 반신불수로 정교(情交)능력이 없는 남자와 동거하는 경우에도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를 하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도, 행위의 객관적인 성격과 맥락이나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고려해 판단한다.

간통죄가 2016년 형법 개정으로 완전히 폐지됨으로써 상간자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자,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또는 가사 소송이 늘어났다. [사진 pxhere]

간통죄가 2016년 형법 개정으로 완전히 폐지됨으로써 상간자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자,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또는 가사 소송이 늘어났다. [사진 pxhere]

이처럼 부부 사이에서 성적인 충실의무를 지고, 그 의무를 어겼을 때 서로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일까? 타인도 부부 공동생활에 개입해 방해하거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 제3자가 부부 중 어느 한쪽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면 제3자는 그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불법 행위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면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 지경에 이르러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부부 사이의 성적 성실의무는 소멸되기 때문에 제3자가 부부의 한쪽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로써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배우자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손해가 생긴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례에서도 법원은 A와 B 사이의 이혼소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둘 사이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나고 그 상태가 고착되어, 둘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C가 침해하거나 방해할 부부 공동생활이 없다는 이유로, B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실 간통죄가 없어지기 전에는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될 때 일단 간통죄로 고소를 해 두면, 수사기관에서 간통 여부에 대해서 수사하고 증거도 수집해 줄 뿐 아니라, 상간자(相姦者)에 대한 구속도 종종 이루어졌고, 외도한 사람의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에 이른바 형사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간통죄가 2016년 형법 개정으로 완전히 폐지됨으로써 상간자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자,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또는 가사 소송이 늘어났다.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증액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편 위와 같은 판결이 선고된 후로는, 부정행위를 한 부부 중 일방이나 상간자가 그들의 성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위 판결을 끌어다 쓰려고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즉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가 도리어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려고 하거나, 그와 부정행위를 한 상간자가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기 위해 부정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혼인생활이 이미 파탄이 난 후에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부정행위 당시 ‘혼인이 파탄되었는지, 회복가능성이 없는지’가 쟁점이 되는데, 정작 실무에서 그러한 주장은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또한 상간자 쪽의 주장 중에는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거나, 배우자와의 혼인관계는 이미 파탄이 되었고 서류 절차만 남았다고 하는 상대방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 역시 대부분 변명에 불과하여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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