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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신의 가호가 깃든 ‘겉바속촉’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51)

족발은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술안주다. 쫄깃한 식감에 각종 향신료로 고기 누린내를 제거한 족발은 남녀노소 즐기는 돼지고기 요리다. 한국에 족발이 있다면 독일에는 슈바인학세(Schweinshaxen)가 있다. 돼지 족발을 이용한 요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의 족발은 양념에 폭 삶아낸 족발이고 독일의 슈바인학세는 겉이 바삭하게 익을 때까지 오븐에 구워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바이에른주에서 즐겨 먹는 전통요리 슈바인학세. [사진 pixabay]

바이에른주에서 즐겨 먹는 전통요리 슈바인학세. [사진 pixabay]

독일 족발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훈제한 돼지 정강이 고기를 셀러리와 양파, 시나몬, 월계수 잎, 블랙페퍼 등의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삶아서 부드럽게 먹는 아인스바인(Einsbien)과 질이 바삭하게 익을 때까지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슈바인학센 (Schweinshaxen)이다. 슈바인학세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독일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는 음식이다. 독일은 국토가 넓어 지역별 특색요리가 발달했는데 슈바인학세는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에서 즐겨 먹는 전통요리다. 이 지역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데, 농사일이 주를 이루는 지역이라 육체노동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베를린 등 동북부 지역에서 즐겨 먹는 돼지 다리 요리 아이스바인. [사진 Anagoria on wikimedia commons]

베를린 등 동북부 지역에서 즐겨 먹는 돼지 다리 요리 아이스바인. [사진 Anagoria on wikimedia commons]

소시지와 프레첼이 아침에 먹는 주요 메뉴이고 슈바인학세는 주로 저녁 메인요리로 먹는데 슈바인학세와 피클, 맥주는 독일의 삼합이라고도 부른다. 독일어 ‘Schweinshaxe’는 글자 뜻 그대로 해석하면 돼지 무릎이다. 돼지 다리를 구워 만든 독일의 전통요리로 우리나라 왕족발과 같은 부위로 만든다. 우리나라 족발은 발끝 부분까지 요리하지만 슈바인학세는 발끝 부분은 사용하지 않는다.

슈바인학세는 17세기 초기 중세 독일이 프랑스의 음식문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기존의 찌는 단순 조리법이 다양해졌다. 이 무렵 수도원에서 금식 시간을 보내는 수도사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돼지를 구워 먹었다고 한다. 그때 냄새가 온 동네에 퍼지면서 들통이 나게 되었다. 이를 덮을 변명거리를 찾다가 한 수도원이 신이 무게가 없는 새끼돼지를 태어나게 했다고 소문을 퍼뜨리면서 무게가 없는 식재료는 금식 기간에 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먹기 시작한 무게가 없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신이 허락해 신의 가호가 깃든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점점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

베를린 등 동북부 지역에서 부드럽게 요리한 돼지 다리 요리를 아이스바인(Eisbein)이라고 하는데 굽지 않고 찌거나 삶은 족발이라 우리나라 족발이라 씹는 질감이 비슷하다.

슈바인학세는 월계수 잎과 통후추, 허브 가루 등을 넣어 흑맥주에 한 번 삶아내면 고기 누린내가 제거된다. 소금, 후추, 훈제 파프리카, 허브 가루, 올리브 오일을 넣고 밑간을 한 후 고기를 지퍼백에 담아 수비드 방식으로 익혀주면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반쯤 익혀진 고기를 오븐에 구워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슈바인학센이 만들어진다.

슈바인학세와 함께 곁들일 요리로는 으깬 감자요리인 매시포테이토(Mash Potato)와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는 양배추 피클을 함께 먹는다. 사우어크라우트를 만들려면 3~5일간 발효를 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우어크라우트와 매쉬포테이터를 곁들인 슈바인학세에 맥주 한잔이 더해지면 하루 새 피곤을 잊을 수 있을 만한 진수성찬이다.

슈바인학세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돼지족발 요리를 입에 물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어느새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에 가 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 pixabay]

슈바인학세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돼지족발 요리를 입에 물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어느새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에 가 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 pixabay]

시간과 정성을 가득 담은 특별한 음식을 접대받으면 우리는 귀빈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족발과 소주 한 잔으로 종종 모임을 가졌다면 독일식 슈바인학세와 맥주를 곁들인 색다른 만찬에 지인들을 초대해 보면 어떨까? 오랜 시간 정성껏 요리한 슈바인학세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돼지족발 요리를 입에 물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어느새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에 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 몰래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신이 내린 가호라고 변명하며 즐겨왔던 슈바이학세. 해외여행 가기 힘든 요즘 우리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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