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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도 못 찾는다, '싼 게 비지떡'인 軍 초소형 위성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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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3월 조선중앙TV는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내보냈다.조선중앙TV 화면

지난 3월 조선중앙TV는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내보냈다.조선중앙TV 화면

지난 1일 정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발표했다. 같은 날 국방부는 “작년에 최초로 50조원을 돌파했던 국방예산은 올해에도 목표한 전력 증강과 군사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5.5% 증가한 약 53조원 수준으로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방예산을 증액했다며 홍보하고 전력 증강과 군사력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대변했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증액한 국방예산을 정부가 전문성과 투명성 있게 검토했고, 국가안보와 국민의 혈세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 속에 검증했다고 볼 수 있을까?

북핵 위협 상황에서 우리 군이 목표했던 전력증강 계획을 차질없이 이룰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대북감시용인 ‘초소형위성’ 개발 착수비로 112억 원을 투입했다고 발표한 대목에서다.

지난해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을 앞둔고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에 초소형 SAAR 위성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설 50주년을 앞둔고 안흥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에 초소형 SAAR 위성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과기부ㆍ국방부ㆍ해경 등이 참여하는 다부처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1조 3000억원으로 그 중 국방예산은 약 8000억원이다. 부처별로의 사용 목적과 실효성, 그리고 예비타당성 검증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해명이 요구된다.

당국은 초소형 SAR(레이더영상) 위성 1기당 제작 비용은 약 70억 원 수준으로 중대형 위성 1기보다 약 30배가량 저렴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위성 30~40기를 쏘아 올려 동시에 운용하면 짧은 시간대에 넓은 범위를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 군이 추진 중인 고해상도 정찰위성사업(425 군 정찰위성 5기)의 감시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실과 다른 궤변이다. 첨단기술 발전추세에 역행하며 ‘싼 게 비지떡’일 뿐 예산 낭비로 판단된다.

우주 상공 수백㎞ 궤도를 돌면서 지상이나 해상의 물체와 지형지물 등을 얼마나 선명하게 관측하고 그 형태나 크기 등을 구별하는 척도를 ‘해상도(resolution)’라 부른다.

위성 무게가 약 100㎏ 미만이면 초소형위성으로 분류한다. 초소형 위성 해상도는 ‘1m급 저해상도’ 수준으로 넓은 해상에서 선박의 유무 상태나 공항의 활주로 일대에서 대형 비행기의 형태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지구관측 용도다.

게다가 도시 지역, 차량이나 물체가 많은 군사기지, 숲속과 같은 은폐 지역에서는 해상도가 선명해질 수 없다. 레이더파가 주변 물체와 섞여 번지는 재밍 현상이 심해 물체 유무조차 확인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레이더영상(SAR)은 광학영상(EO)과 달리 물체의 형태를 선명하게 구별하기 곤란하다.

열병식 준비 중인 평양 미림비행장의 대형 모습. 해상도가 1m급이면 이 정도가 나온다. 38노스 트위터 계정

열병식 준비 중인 평양 미림비행장의 대형 모습. 해상도가 1m급이면 이 정도가 나온다. 38노스 트위터 계정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와 같은 군사무기체계를 식별하고 종류를 구별하는 데는 부적합하다. 그런데 진행 중인 초소형 위성 사업은 대부분 레이더영상(SAR) 장치를 활용하는 위성이다.

혹자는 저해상도 영상은 인공지능(AI) 기법으로 분석하면 고해상도 위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해상도가 낮아 군사무기 종류를 구별할 수 없어 AI가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학습하는 딥러닝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은 수백에서 수천 개의 실제 장비와 형태가 비슷한 기만 장비를 운용하기 때문에 1m급 저해상도 초소형위성으로는 30㎝급 고해상도 위성이 탐지하는 능력을 보완하거나 대체하기 어렵다.

한국군은 오래전부터 미군 첨단위성 초고해상도 영상을 공유받고 있다.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한 뒤 한미연합군을 주도적으로 지휘하려면 자주적인 정보 능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30㎝급의 고해상도 ‘425 군 정찰위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 중인 레이다영상(SAR) 위성 4기와 광학영상(EO) 위성 1기 등 총 5기로는 불충분하다.

현재 운용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5호. 합성개구레이더(SAR)가 달려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지구 관측이 가능하다. 해상도는 1m급. 425사업의 SAR 위성은 해상도가 이보다 더 높다.  ]해양 유류사고, 화산 폭발 같은 재난 감시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재 운용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5호. 합성개구레이더(SAR)가 달려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지구 관측이 가능하다. 해상도는 1m급. 425사업의 SAR 위성은 해상도가 이보다 더 높다. ]해양 유류사고, 화산 폭발 같은 재난 감시와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오랫동안의 실무 경험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해상도 위성 15~20여 기가 항상 우주 상공 궤도를 돌고 있어야 북한 핵무기와 이동식발사대(TEL)를 나름대로 추적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군은 왜 비용이 저렴하지도 않고 효율성도 없는 저해상도 초소형위성사업에 국방비를 중복으로 투자하는 것일까.

어떤 외압이나 특정 군의 이기주의로 참여했다면 사명을 다 하지 못했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 또한 관련 정부 부처 간의 이기주의가 진행 중인 ‘425 군 정찰위성’ 사업을 지연 및 방해할 목적으로 작용했다고 의심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기주의 행태가 만에 하나라도 개발업체의 과잉 경쟁에 연루됐다면 사업 결정 과정에 전문성과 심의절차가 부실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눈앞에 와 있는데도 이를 구별할 수 없는 저해상도 초소형 위성으로 북한을 흐릿하게 보려 하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조기에 앞당기겠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초소형위성 사업이 한국군의 자주국방과 자주정보를 저해하는 애물단지라는 사실을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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