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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강력한데 "백신 맞아라"...24만 완치자, 차별이 서럽다[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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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촉: 차별이 서럽다, 24만 완치자  

코로나 완치자. [일러스트=김회룡]

코로나 완치자. [일러스트=김회룡]

77㎏→68㎏.
코로나19가 임모(51)씨의 몸무게를 9㎏ 앗아갔다. 사라진 몸무게는 코로나의 고통을 웅변해준다. 그는 생활치료센터를 거치지 않고 국립중앙의료원에 바로 입원했다. 메스꺼움이 심했고, 가슴이 답답했다. 해열제·수액으로 버텼다.14일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도 메스꺼움과 두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집 주변 종합병원에 갔다. 내과·신경외과 협진을 받았다. 혈액 검사 등 이런저런 검사를 했지만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 나올 리가 없었을 터다.

"코로나 후유증이 의학적으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저도 배우고 있어요. 타이레놀을 처방해 드릴게요."

의사는 "딱히 해 줄 게 없다"며 처방전을 내밀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한 달 반이 흘렀다. 질리도록 타이레놀을 먹었다. 완치 후 다행히 미각이 돌아왔지만 두어 달 메스꺼움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몸무게가 죽죽 빠졌다.

의사가 가벼운 산책을 권했다. 하지만 마음 먹고 집을 나섰지만 오래 걷지 못했다. 걸을 힘이 없었다. 살과 근육이 빠져나갔다. 다행히 두 달 지나니 후유증이 몸에서 빠져나갔다. 임씨는 50대 초반 접종계획에 맞춰 지난달 20일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완치자도 맞아야 한다고 해서다. 내달 1일 2차 접종을 하게 돼 있다.

임씨를 화나게 한 건 최근 정부의 조치다. 코로나 생존자(완치자)는 그 어떤 백신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6일 시작한 6명 인센티브, 추석의 8명 모임 인센티브에 들지 못한다. 부모님께 가기도 힘들게 됐다. 요양병원 면회 혜택도 해당 사항이 없다. 임씨와 같은 생존자가 약 24만명에 달한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 생존자는 백신 접종 완료자, 유전자 증폭검사(OCR) 음성 확인자와 동격이다. 백신 여권, 그린 패스 등의 적용 대상에 든다. 백신 접종 완료자 못지않은 항체를 갖고 있다고 인정한다.

지난달 13일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환자 병동에서 의료진이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환자 병동에서 의료진이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연구팀의 최근 발표가 이런 정책을 뒷받침한다.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완치자보다 13.06배 큰 것으로 나왔다. 완치자의 자연 면역력이 백신 면역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비슷했다.

임씨가 더 화나는 이유는 '완치+1차 접종'도 같이 아무런 우대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완치자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1회 접종만으로도 강한 항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균 명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지난달 27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감염 이력이 있는 의료진 2명에게 화이자를 1회씩 접종하자 기존 항체 반응의 30~40배 수준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영국·미국 등에서도 감염 이력이 있는 경우 백신 접종 후 항체 반응이 활발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른바 ‘부스터 샷’ 효과다.

지난 2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뉴욕대 연구를 보면 확진자에게 백신을 1회 투여했을 때 혈액 내 항체 수준이 약 1000배 증가했다고 한다. 8~9개월 전에 확진된 사람도 그랬다.

임씨는 "백신에 여유가 없는 마당에 나 같은 완치자는 1차 접종만 하고, 2차에 쓸 백신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질병관리청은 추석 전 인구의 70% 접종 달성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미처 이 부분까지 챙기지 못하는 것 같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완치자 인센티브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센티브가 없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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