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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도 없는 불친절함…그럼에도 찾는 지리산둘레길 마력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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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리산에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도법 스님, 지리산 시인으로 유명한 박남준 시인과 이원규 시인, 이상윤 숲길 이사장과 등구재도 올랐습니다. 2004년 이들의 생명평화탁발순례에서 지리산둘레길이 비롯되었지요. 이들이 오른 등구재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가 되는 고개입니다. 지리산에서는 등구재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고개가 아니라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고개라고 하지요. 지리산을 걷다 보면 알게 되는 이치입니다.

지리산둘레길 삼화실-대축 구간 구재봉 활공장에서 촬영한 경남 하동 악양들판. 손민호 기자

지리산둘레길 삼화실-대축 구간 구재봉 활공장에서 촬영한 경남 하동 악양들판. 손민호 기자

지리산둘레길은 불친절한 길입니다. 코스에 숫자가 없습니다. 1코스가 없으니 종점도 없습니다. 대신 코스에 마을을 앞세웁니다. 인월-금계 구간, 삼화실-대축 구간처럼 말입니다. 탐방객으로선 불편한 노릇이지요. 이름만 봐서는 이 코스가 남원에 있는 것인지, 하동에 있는 것인지 막막하니까요. 사실 길도 좋지 않습니다. 본격 산행을 각오해야 할 만큼 가파른 코스도 있고요. 포장도로로 많습니다. 화엄사나 쌍계사 같은 지리산 자락의 명소도 코스에서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생명평화탁발순례를 결의한 실상사도 들르지 않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이 지리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어서입니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자락 5개 시·군, 20개 읍·면, 110여 개 마을을 들어갔다 나옵니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지리산둘레길은 걷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리산이어서입니다. 지리산에 들면, 다른 시간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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