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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박사도 24년만에 처음 봤다, 대낮 물장군의 탄생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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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군 부화/ 이강운 박사 제공

물장군 부화/ 이강운 박사 제공

“이것 보세요. 저도 물장군 부화 장면을 처음 찍었어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박사가
휴대폰에 저장된 영상을 보여주며 들뜬 채 말했습니다.

영상은 물장군의 부화 장면이었습니다.
첫 장면에서부터 거꾸로 누운 채
알에서 꼬물꼬물 빠져나오는 물장군이 보였습니다.

이윽고 영상에서 상기된 이 박사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이거는 보기 힘든 정도가 아니고요.
나도 한 번도 못 봤어요.
이거 보세요. 막 나오는 거.”

그렇게 빠져나온 녀석들이
하나둘 물속으로 낙하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새로운 삶이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 친구들은 어두운 밤에 부화하는데요.
신기하게도 낮에 부화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장면이라 휴대폰으로 얼른 찍었어요.
권 기자가 와서 봤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그들의 새로운 삶의 시작,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웠습니다.
지난번 지극정성으로 알을 지키며 포란하는
물장군의 부성애를 본 터라 더 반가웠습니다.

물장군 수컷의 포란

물장군 수컷의 포란

물장군의 포란을 돌이켜 보자면,
물장군 수컷은 거의 12일에서 14일 정도 먹지도 않고
알을 포란합니다.

물장군 수컷의 포란

물장군 수컷의 포란

우선 알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물속에 왔다 갔다 하면서 온몸으로 알을 적셔줍니다.

물장군 수컷의 포란

물장군 수컷의 포란

그리고 알이 커질수록 알이 옥죄지 않게끔
뒷발로 알 간격을 넓혀줍니다.
천적에게 잡혀먹히지 않게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물장군 1령

물장군 1령

이렇듯 무려 14일 동안 먹지도 않으며
지극정성으로 품고 지켜낸
그 알이 깨어나 새 삶을 시작하는 순간,
그 순간을 이 박사가 찍은 겁니다.

이 강운 박사가 그 영상을 제게 보내줬습니다.
1997년부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운영해온 이 박사가
24년 만에 처음 찍은 물장군의 부화 장면,
그 장면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영상제공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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