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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렌터카 1등의 혹독한 데뷔…공모가보다 25% 하락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1.09.11 07:00

어지간하면 경쟁률(일반청약)이 100대 1은 나온다는 요즘 공모주. 천 단위 경쟁률도, 수십조원 증거금도 그리 어색하지 않죠. 열기가 그만큼 핫!이런 와중에도 뜨뜻미지근했던 종목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렌탈. 공모가 기준 시총이 약 2조원인 거물급에다 돈 잘 버는 회사란 기대감까지 있었으니 잘 되려나 했는데. 경쟁률은 65.81대 1, 증거금도 8조원대에 그쳤습니다.

렌터카. 셔터스톡

렌터카. 셔터스톡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죠. 상장 당일(8월 19일) 시초가는 공모가(5만9000원)보다 2.54% 낮은 5만7500원. 그러더니 공모가보다 5.93% 낮은 5만5000원으로 그날을 마감했죠. 다른 친구들은 따상을 하니 마니 하는 통에!!!! 운이 좀 안 좋긴 했습니다. 상장하던 날 미국발 테이퍼링 이슈에 불이 붙으면서 코스피가 1.93%나 빠졌거든요.

그걸 핑계로 내세우려 했으나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파란색. 투자자들은 ‘멘붕’에 빠졌습니다. 상장 이후 16거래일 중 주가가 오른 날은 단 하루뿐. 공모가의 4분의 1이 슝 날아갔네요~ 일단 현재까진 올해 데뷔 종목 중 가장 참패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롯데렌탈 공모주 청약. 뉴스1

롯데렌탈 공모주 청약. 뉴스1

회사엔 딱히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업은 한창 잘 되는 중!!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 80.5% 급증.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이미 넘어섰죠. 그런데도 주가가 쭉쭉 내리는 건 여전히 몸값이 비싸다고 보는 거겠죠. 사실 경쟁사(SK렌터카 등)와 비교하면 공모가 자체에 거품이 있었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렌터카가 워낙 레드오션이라 장기 성장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도!

회사 이름은 생소해도 “신차~장기 렌터카” ♪♬(신동엽이 모델) 카피는 들어보셨을 텐데요. 롯데렌탈은 1986년 한국통신진흥이 출발점입니다. 짧게 정리하면 예전 금호렌터카를 KT렌탈이 인수하고, 그 회사를 롯데가 인수해 탄생한 회사입니다. 지난해엔 한진렌터카도 품에 넣었는데요. 압도적이진 않지만,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점유율 1위(2021년 21.8%) 유지 중!

롯데렌터카. 롯데렌탈

롯데렌터카. 롯데렌탈

임대 관련 여러 회사가 섞이다 보니 지금도 다양한 렌탈 사업을 하는데요. 매출로 보면 65.3%가 자동차 렌탈, 25.1%가 중고차. 일단 렌터카 사업이 잘돼야 하는 구조인데 이 시장, 워낙 경쟁이 치열합니다. 아직은 1위지만 SK렌터카(옛 AJ렌터카, 12.5%), 현대캐피탈(12.0%)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중. 특히 SK(SK네트웍스 포함하면 거의 20%)가 역전을 노리고 있죠

롯데렌탈

예전 렌터카 업계는 지역별로 영세업체가 난립했는데 2000년대 중반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그림이 좀 변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모으고 모아 1등이 됐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롯데렌탈의 점유율은 3년 전(24.2%)보다 낮은데요. 매년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사서 빌려주는 사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돈 남기기는 쉽지 않아집니다. 투자는 늘려야 하고, 가격은 붙잡아 둬야 하니까요. 그런데 경쟁사보다 차입금 등 재무 부담은 큰 편.

이럴 땐 눈에 확 띄는 대안이 있으면 좋을 텐데 또 다른 주축 중고차 역시 레드오션인 건 마찬가지! 최근엔 코로나 덕을 좀 봤지만, 고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죠. 사무용기기나 지게차 같은 일반 렌탈 사업도 있고, 차량 공유 서비스 그린카도 그럭저럭 키워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습니다. 해외 시장이 열려 있는 업종도 아니고요.

롯데오토옥션 경매장. 롯데렌탈

롯데오토옥션 경매장. 롯데렌탈

쉽게 정리하면 롯데렌탈 하락세의 가장 큰 이유는 ‘매력이 없다’. 요즘 주식시장에서 빵빵 터지는 종목들을 보면 당장 실적이 좋지 않아도 그럴듯한 미래 아이템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 꾸준한 성장을 기대할 만한 솔깃한 이슈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롯데렌탈도 자율 주행 기술과 전기차에 투자하고, 차량 빅데이터 공유 플랫폼도 구축하겠다고 선언! 좋은 단어 다 끌어모은 느낌인데, 뭘 하겠다는 건지 뚜렷하진 않습니다.

회사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전기차 장기 렌터카 누적 계약 건수가 1만대를 넘어선 건 희소식. 업계 최초 기록인데요. 전기차 렌탈은 2016년 이후 연평균 126%씩 성장 중! 예전엔 관공서 등 B2B가 많았지만 최근 B2C 비중이 약 50%까지 상승한 것도 고무적입니다.

차량공유서비스 그린카. 롯데렌탈

차량공유서비스 그린카. 롯데렌탈

주식시장에선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회사채 발행은 성공적! 2000억원 모집에 1조2430억원의 청약이 몰렸는데요. 신용평가기관이 연이어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높인 영향으로 보입니다. 사업 전망이 괜찮다는 건데,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실적만 봐도 최근 주가 하락은 좀 과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롯데렌탈의 지난해 매출은 2조2521억원, 영업이익은 1599억원이었는데요. 현재 시총은 약 1조6000억원. 업계 2위 SK렌터카의 지난해 매출은 8635억원, 영업이익은 708억원. 시총은 6000억원 수준. 공모가는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하락에 따라 어느 정도 키 맞추기가 진행된 거로 볼 수 있겠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사업이 잘 돼도 주가가 뛸 것 같진 않은…

이 기사는 9월 1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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